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9일 오전 수원지검에 출석했다. 이번 출석으로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후 올해 다섯 번째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 대표는 수원지검으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 앞에서 “화무십일홍이라 했다”며 “권력이 강하고 영원할 것 같지만 그것도 역시 잠시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정치 검찰을 악용해서 조작과 공작을 하더라도 잠시 숨기고 왜곡할 수는 있겠지만 진실을 영원히 가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가 국가다, 이런 생각이야말로 전체주의”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민생 파괴, 평화 파괴 행위에 대해서,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국정 행위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 방향을 전면 전환하고 내각 총사퇴로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은 반드시 심판받았다는 것이 역사이고 진리”라고 덧붙였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쌍방울 그룹이 2019년 북한에 경기도가 내야 할 스마트팜 지원비 500만 달러와 당시 도지사 방북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대납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는 제3자뇌물 혐의로 입건됐다. 검찰은 단식 열흘째를 맞은 이 대표 건강 상태를 고려해 요약된 질문도 함께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날 수원지검에 출석하기에 앞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권력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국민과 역사가 명한 길을 흔들림 없이 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국회를 패싱하고 여당조차 거추장스럽게 여겨 삼권분립은 실종됐다”며 “검찰이 정치 최일선에 나서서 공권력은 집권세력 전유물로 사유화되고 민주주의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줄다리기 승부하자면서 온갖 권력을 동원해 줄을 뺏으니 야당으로서는 국민과 함께 싸우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국방부의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은폐 의혹 등을 거론하며 “제게 주어진 시련이 아무리 크다 한들 국민이 겪는 고통과 좌절에 감히 비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나라냐’라는 국민의 절규 앞에서 무한책임을 느낀다”며 “무도한 권력의 폭력과 퇴행을 막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온전한 자리로 되돌릴 때까지 어떤 가시밭길도 피하지 않겠다”며 “정권이 포기한 민생을 살리고 정권이 파괴한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고 했다.
또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는 시인 김수영의 ‘폭포’를 인용하며 “어둠이 짙어질수록 정의의 외침은 더 또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