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급해요!” 내려줬더니…여성 2명 택시비 ‘먹튀’

입력 2023-09-08 14:54 수정 2023-09-08 15:01

화장실이 급하다며 잠시 내려달라고 요청한 뒤 택시비를 내지 않고 가버린 이른바 ‘먹튀’ 손님들의 사연이 전해져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20분 넘게 손님들을 기다리던 택시기사는 결국 택시비를 받지 못한 채 차를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7일 보배드림 인스타그램에는 ‘신종 택시비 먹튀 수법 당하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사연이 올라왔다. 사연을 제보한 택시기사 A씨는 전날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서 출근 시간대에 20대로 추정되는 여성 2명을 태웠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여성들은 출발지에서 30분 넘게 걸리는 진해 용원동으로 가자고 요구했다. 운행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신호에 걸렸을 때 한 여성이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며 잠깐 내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한 명도 “나도 같이 가자”며 따라 내렸다.

A씨는 약 20분을 서서 여성들을 기다렸지만, 이들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A 씨는 미터기에 찍힌 요금 6000원을 포기하고 차를 출발시켰다.

A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경우 보통은 전화번호를 알려주거나 물건을 맡겨두고 가는데 장거리를 간다고 하니 순수한 마음으로 내려줬다”며 “빨리 안 오기에 큰 볼일일 수 있겠다 싶어서 한참을 기다려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시기사들은 출근 시간대에 하루 수입을 좌우한다. 기다리는 동안 콜 들어오는 것도 하나도 받지 못해 손해가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사자들이 커뮤니티 글을 보고 자진 연락을 해오는지 오늘까지 기다려보고 경찰에 신고할지 말지 고민해보려 한다. 하지만 경찰이 이런 것까지 신경 쓸 여지가 있겠나 싶어서 그냥 포기할까도 생각 중”이라며 “돈은 안 받아도 되지만 사회의 무너진 질서를 바로잡아야 겠다는 생각에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