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석달 연속 흑자지만… 수출보다 수입 더 줄어든 결과

입력 2023-09-08 12:10 수정 2023-09-08 12:12
8일 오전 부산 남구 신선대 및 감만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경상수지가 35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뉴시스

경상수지가 석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꿈틀대며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결과다. 고유가가 당분간 유지될 수 있는 데다 중국 경기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 불확실성도 크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경상수지는 35억8000만 달러(약 4조7811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4월(-7억9000만 달러) 적자 이후 5월(19억3000만 달러), 6월(58억7000만 달러)에 이어 3개월째 흑자 기조가 유지됐다.

경상수지가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5∼7월 이후 1년 만이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1년 전(17억 달러 흑자)보다 흑자 폭이 커졌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올해 초 경상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나타냈다가 점차 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7월 들어 전년 동월 수준을 상회했다”며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지속되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1∼7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60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265억7000만 달러)과 비교해 약 77%나 급감했다.

항목별로 나눠보면 상품수지(42억8000만 달러)가 4월 이후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수출이 늘어서가 아니라 유가 하락에 따라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결과였다.

수출은 504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8%(87억9000만 달러) 줄었다. 앞서 작년 9월 수출이 23개월 만에 감소한 뒤 11개월 연속 하락세다. 특히 석유제품(통관 기준 -41.8%), 반도체(-33.8%), 화학공업 제품(-16.4%), 철강 제품(-12.6%)이 부진했다.

수입은 461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2.7% 줄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감소액, 감소율 모두 수출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에너지 수입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이 전년 동기보다 35.7% 급감했다. 원자재 중 가스, 석탄, 원유, 석유제품 수입액 감소율은 각 51.2%, 46.3%, 45.8%, 40.9%에 이른다.

서비스수지는 25억3000만 달러로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6월(-26억1000만 달러)보다는 적자가 소폭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달(-7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적자 규모가 약 36배로 커졌다.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를 이끌던 본원소득수지는 전달에 비해 40% 가량 축소됐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29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6월 기록한 48억5000만 달러에 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향후 전망도 불확실성이 크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세는 상품수지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딘 흐름을 보이며 수출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부장은 “최근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유가 오름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