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제대한 군인이라더니…거짓말에 생계 잃었다”

입력 2023-09-07 16:14
지난 6일 미성년자임에도 ‘갓 제대한 군인’이라고 속여 주류를 주문한 손님들로 인해 영업이 정지된 한 국밥 가게의 사연이 전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미성년자임에도 ‘갓 제대한 군인’이라고 속인 손님들로 인해 영업이 정지된 한 국밥 가게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해당 사연 속 업주는 미성년자 손님들의 거짓말에 속아 술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어느 가게에 붙은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는 가게 문 앞에 붙은 안내문 사진도 포함됐다. 사진 속 안내문에는 ‘갓 제대한 군인이라는 미성년자의 거짓말을 믿은 잘못으로 당분간 영업을 정지하게 되었다’라며 ‘앞으로 내공을 더 쌓아서 늙어 보이는 얼굴을 믿지 않고, 신분증 검사를 철저하게 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적혀 있다.

이 문구 밑에는 업주가 거짓말을 한 손님들에게 전하는 말도 포함됐다. 업주는 ‘작년 11월에 와서 거짓말을 하고 처벌도 받지 않은 미성년자들은 보아라. 너희 덕분에 5명의 가장이 생계를 잃었다’고 적었다. 이어 ‘지금은 철이 없어서 아무 생각도 없겠지만 나중에 나이 들어서 진짜 어른이 된 후에 너희가 저지른 잘못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식품위생법 제44조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면 1차 적발 시 영업정지 60일, 2차 적발 시 영업정지 180일, 3차 적발 시 영업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영업이 정지된 업주의 사연에 많은 누리꾼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저 손님들 부모를 찾아서 배상을 받아라” “왜 피해는 업주만 보는지 모르겠다” “영업 정지되면 식당 사장 가족은 뭘 먹고 살아야 하나” 등의 댓글을 달았다.

연합뉴스.

최근 법원은 미성년자가 위조 신분증을 사용하거나 화장을 진하게 해 성인인 것처럼 업주를 속였더라도 이들에게 주류를 판매한 음식점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3일 서울행정법원은 음식점 업주 A씨가 서울 서초구청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15∼16세 미성년자 4명에게 주류를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들이 성인 신분증을 제시했고 여성은 진한 화장을 하고 있어 미성년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식품접객영업자가 신분증 위·변조나 도용으로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해 불송치·불기소되거나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행정처분을 면제한다’는 식품위생법 조항을 근거로 행정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미성년자 주류 판매는 사소한 부주의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가 청소년들에게 기망당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