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먹던 도시락 남기고 中총리 쫓아가 ‘짧은 대화’

입력 2023-09-07 15:07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 조코 위도도(오른쪽 두 번째) 인도네시아 대통령, 리창(오른쪽) 중국 총리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공동취재)

일본 언론들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3(동남아시아국가연합+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놓고 자국과 대립한 중국이 비판 수위를 억제했다고 분석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회의 시작을 앞두고 리창 중국 총리와 잠시 만나 선 채로 오염수 문제를 놓고 대화했는데, 먹던 도시락을 남기고 쫓아갈 만큼 적극적인 대화 태도를 보였다.

일본 일간 요미우리신문은 7일 “리 총리가 일본에 ‘국제적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하라’고 요구했지만, 비판 수위를 억제했다”고 평가했다.

리 총리는 지난 6일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오염수를 ‘핵 오염수’로 칭하며 “주변국, 이해 관계자와 충분히 협의해 책임감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오염수 해양 방류를 계기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중국의 조치를 “돌출 행동”이라고 되받았다.

오염수 해양 방류를 놓고 양국의 갈등은 여전했지만, 일본 언론들은 심각한 대립만은 피했다고 분석했다. 강경했던 중국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리 총리의) 비판 수위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중국은 들어 올린 주먹을 내려놓을 때를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아세안+3’ 정상회의 시작을 앞두고 리 총리와 별도로 만나 잠시 선 채로 오염수 문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리 총리가 대기실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먹던 도시락을 남긴 채 따라가 대화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당초 양국 총리 간 공식적인 회담을 모색했지만, 만남은 선 채로 이뤄진 짧은 대화에 그쳤다.

기시다 총리는 리 총리와의 대화에 대해 “내가 말을 걸었다고 해도 별로 틀리지 않다”며 적극적으로 다가간 태도를 인정하며 “한 국가의 총리이자 식견을 가진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의 입장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