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가 “저를 향해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다고 한 박영순을 당에서 출당시키고 국회의원 자격을 박탈하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태 의원이 떠난 뒤 “본인은 많이 억울했던가 보지”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이 대표를 찾아가 “제가 웬만하면 넘어가겠는데, ‘빨갱이’ ‘북한에서 온 쓰레기’ ‘공산당 부역자’ 이런 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할 말이냐”고 따졌다.
태 의원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정치적 호재로 활용하는 정치 세력은 사실상 북한 노동당, 중국 공산당, 대한민국 민주당뿐”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석에서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다” “빨갱이, 부역자” 등 거친 언사가 쏟아져 나왔다. 태 의원은 해당 발언을 한 인사로 박영순 민주당 의원을 지목했다.
이 대표가 단식 중인 국회 본청 앞 천막 앞에 태 의원이 나타나자 민주당 의원들이 저지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쇼 하지 말고 얼른 가라”며 태 의원 몸에 손을 댔고, 이에 태 의원은 “손 대지 말라”고 맞섰다.
천막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이 대표는 “그냥 놔두라”며 태 의원을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이 대표는 태 의원에게 “한때 공산당에 입당했다는 이유로 홍범도 장군을 학대하는데 한때 공산당이었던 (태 의원이) 어떻게”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 의원은 “제게 몇 분 동안 ‘북한에서 온 쓰레기’라고 외친 박영순 의원은 가만두면 안 된다. 당에서 출당시키고, 국회의원직을 (이 대표가) 책임지고 박탈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여기서 할 얘기가 아니다. 박광온 원내대표를 찾아가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이 대표님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맞받았다.
태 의원의 항의 방문은 3분 남짓 만에 끝났다. 태 의원의 말이 길어지자 민주당 의원들이 그를 천막에서 끌어냈다. 태 의원이 말하는 동안 눈을 감고 있던 이 대표는 태 의원이 떠나자 “본인은 엄청 억울했던가 보지”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준비해온 항의서를 읽은 후 기자들과 만나 “이런 철 지난 색깔론, 원색적인 발언, ‘빨갱이론’을 빨리 대한민국에서 걷어내야 한다”면서 “오늘같이 등 떠밀려 나가더라도 또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