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 자신에게 “쓰레기” “빨갱이” 등 막말을 한 의원들에 대한 출당 조치를 촉구했다.
태 의원은 7일 오전 11시30분쯤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단식 천막을 방문해 “제가 웬만하면 넘어가겠는데, ‘북한에서 온 쓰레기’ ‘빨갱이’ ‘공산당 부역자’ 이런 말이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의장에서 할 말인가”라며 이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태 의원은 6일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정치적 호재로 활용하는 정치 세력은 사실상 북한 노동당, 중국 공산당, 대한민국 민주당뿐”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다” 등 거친 언사와 고성이 터져 나왔다.
태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이 천막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쇼하지 말고 얼른 가라”고 말했고, 태 의원은 “손대지 말라”고 맞섰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 대표는 “그냥 놔두라”며 태 의원을 천막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태 의원을 향해 “한때 공산당에 입당했다는 이유로 홍범도 장군(흉상)을 학대하는데, 한때 공산당이었던…(태 의원이) 어떻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태 의원이 홍 장군 흉상을 육사 밖으로 이전하는 데 찬성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태 의원은 이 대표에게 “민주당 의원들이 제게 ‘북한에서 온 쓰레기’ 같은 막말을 했다”며 “어떻게 이런 말을 본회의장에서 할 수 있나”라고 따졌다. 태 의원은 이어 “제게 소리친 박영순 의원을 가만두면 안 된다”며 “이 대표께서 책임지고 출당시키고,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여기서 이야기할 게 아니지 않느냐”며 박광온 원내대표를 찾아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도 태 의원을 향해 “꺼져라”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과 이 대표 지지자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태 의원은 천막 안에 3분 남짓 앉아있다가 자리를 떠났다.
시종일관 눈을 감은 채 태 의원 말을 듣던 이 대표는 그가 떠나자 “본인은 엄청 억울했던가 보지”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천막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리 공지도 했는데 왜 이렇게 의원들이 나와서 가로막고 있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지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며 “그러면 이 대표가 만나겠다고 하는 것들도 쇼인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 의원은 ‘원하는 조치가 없으면 또 면담을 요청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등 떠밀려 나오더라도 계속 찾아올 것”이라고 답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