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4개월간 불법 도박사이트 운용 자금 40조원가량을 세탁해 주고 4000억원을 받아 챙긴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은 이렇게 번 돈으로 해운대 엘시티 등 고가 주택을 구매하거나 롤스로이스, 명품 등을 사는 데 ‘흥청망청’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은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 입금된 도박 자금을 전문적으로 세탁한 국내 조직을 적발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불법 도박사이트 64곳에서 입금된 자금을 조직적으로 관리·세탁한 혐의(도박개장 및 범죄단체조직)로 총책 A씨(20대) 등 3명을 구속하고 공범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대포통장을 판매한 혐의(금융거래법 위반)로 77명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포통장을 이용해 64개 불법 도박사이트로부터 입금된 자금을 관리·세탁해 주고 1%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세탁한 자금 규모는 약 40조원, 수수료만 4000억원에 달했다.
경찰은 A씨 등이 전국에 36개 지부를 갖추고 대포통장 수집책, 도박사이트 연락책 등 역할을 나눠 1∼2개월마다 지부 사무실을 옮겨 다니는 점조직 형태로 단속을 피해 왔다고 보고 있다.
특히 A씨 등은 수사기관과 금융당국의 단속을 피하려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도박 자금이 입금되는 대포통장을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금 세탁에 쓰인 대포통장만 425개에 달했다.
모든 연락은 추적할 수 없는 텔레그램 계정으로만 이용했으며 조직원들이 지켜야 할 행동강령과 메뉴얼까지 만들어 숙지하도록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 일당의 범죄 수익 중 8억3000만원에 대해 몰수 결정을 받았다. 또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해운대 엘시티 아파트, 커피숍 투자, 300억원가량의 가상자산(코인) 등으로 흘러갔던 수수료 수익도 환수를 추진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들에게 도박자금 세탁을 의뢰한 도박사이트를 상대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