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는 올 시즌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호쾌한 장타만큼이나 빠른 발도 이목을 끌었다. 지난 1일(한국시간) LA 다저스전이 절정이었다. 2회 만루홈런을 터뜨린 그는 5회 선두타자 2루타로 살아나간 뒤 3루를 훔쳤다. 시즌 63번째 도루였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마지막으로 60도루를 기록한 주자는 2015년 박해민이었다. 그보다 앞서 2010시즌엔 이대형과 김주찬이 나란히 60개를 넘기며 도루왕 경쟁을 펼쳤다. 그해 8개 구단은 평균 139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리그 도루 개수는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팀 평균 도루는 2017년(77.8개)부터 지난해(89개)까지 6년 연속으로 100개를 못 넘겼다. 2018~2020년엔 30도루대에서 도루왕이 결정됐다. 프로야구 출범 이래 전례 없는 일이었다.
올해도 마찬가지일 공산이 크다. 6일 경기 전까지 10개 구단은 도합 804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개인 타이틀에 가장 가까이 있는 LG 트윈스 신민재가 전날까지 30번 성공했다. 산술적으로 38개 페이스다.
이 같은 도루 실종 사태엔 여러 계산이 복합 작용했다.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은 실패 시 떠안을 손해와 부상 위험성 등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선 굵은 야구를 추구하는 시대 흐름, 타고투저 현상 또한 이를 가속했다.
앞서 같은 현상을 겪었던 MLB는 올해부터 베이스 크기를 키우고 투수의 타석당 견제 횟수를 제한했다. 적극적인 주루를 유도해 경기의 역동성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KBO도 따라잡기에 나섰다. 2024시즌부터 베이스 크기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피치 클록 도입 논의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몇 번까지 허용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견제 제한 규정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 같은 장치들이 국내에 도입될 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도루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현직 해설위원은 “주자에게 유리한 변화인 것은 맞다”면서도 “부상을 경계하는 선수들 입장에서 도루 자체에 대한 생각이 바뀌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MLB에서 올 시즌 쌓인 데이터는 ‘뛰는 야구’의 부활을 가리킨다. 지난 시즌 MLB 한 팀당 83개가 채 안 되던 도루 횟수는 올해 시즌이 채 끝나기도 전에 98개를 넘어섰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