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5일 새벽 중구 예장동 일본군 위안부 추모공원 ‘기억의 터’에 있는 임옥상(73)씨의 작품 2개에 대한 철거작업에 착수했다. 임씨가 지난달 여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의 작품들도 논란이 됐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15분부터 포클레인 1대와 대형트럭 3대를 동원해 ‘기억의 터’에 설치된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 새벽부터 경찰과 시청 관계자 100여명이 ‘기억의 터’ 출입로 5곳을 통제한 채 작업을 시작했다.
당초 전날 철거할 계획이었으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 여성단체의 반발로 철거가 무산됐다. 서울시 대변인은 “기억의 터를 지우겠다는 게 아니라 위안부의 피해를 기억하고 그 아픔을 가슴 깊이 더 제대로 기억하겠다는 것”이라며 “5일 반드시 철거하겠다”고 예고했었다.
임씨는 2013년 8월 자신의 미술연구소에서 일하던 직원 A씨를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다. 임씨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후 서울시는 서울시립시설 내 임씨 작품 6점을 모두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임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반면 여성단체들은 “조형물은 임 작가만의 작품이 아니라 수많은 시민의 모금과 참여로 이뤄진 집단 창작물”이라며 철거에 반대했다.
지난달 29일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설치된 ‘광화문의 역사’가 철거됐고 30일에는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앞 ‘서울을 그리다’와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 ‘하늘을 담는 그릇’이 철거됐다. 오는 6일에는 성동구 서울숲에 있는 ‘무장애 놀이터’를 철거할 계획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