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4일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 있는 임옥상씨의 작품을 철거하려고 했으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 일부 관계자가 이를 막아서면서 무산됐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중장비를 동원해 작품 철거를 시도했지만 정의연은 이에 맞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일부 관계자가 집회가 끝난 뒤에도 작품 근처에 계속 머물며 대치하자 서울시는 안전을 고려해 이날 철거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 대변인은 “기억의 터를 지우겠다는 게 아니라 위안부의 피해를 기억하고 그 아픔을 가슴 깊이 더 제대로 기억하겠다는 것”이라며 “5일 반드시 철거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연은 서울시의 방침을 일방적인 ‘기습 철거’라고 비판하면서 중단을 요구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작품이 철거돼) 피해자들의 말과 이름이 지워지면 일본의 과오가 지워지고, 임옥상의 성폭력도 제대로 기록되지 못하고 그대로 지워진다”며 “서울시가 다시 한번 시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 철거계획을 철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강제추행 혐의로 임씨에게 1심 유죄가 선고되자 서울시가 관할하는 시설에 세워진 임씨의 작품을 속속 철거 중이다. 임씨는 2013년 8월 자신의 미술연구소에서 일하던 직원 A씨를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후 서울시는 작가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국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대체 작품을 재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