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맞아 전국에서 열린 ‘공교육 멈춤의 날’ 추모 집회와 관련해 주요 외신들도 한국의 교권 침해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한국에서 교사의 자살이 학부모들의 괴롭힘을 드러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이초 사건을 언급하며 “이 비극이 대한민국 초등학교 교사들로부터 분노의 물결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BBC는 서이초 사망 교사 A씨를 가명 ‘이민소’로 소개하고, 숨지기 전 남긴 일기 내용 등을 공개하며 그가 교사로 일하며 겪은 어려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 6주간 수만명 교사들이 서울에서 시위를 벌였다”면서 “아동학대범으로 불리는 것이 두려워 학생들을 훈육하거나 싸우는 아이들 사이에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한국 교사들의 교권 침해 상황을 언급했다.
이어 “아동 학대 혐의로 기소된 교사는 자동으로 정직 처분을 받도록 한 아동학대처벌법이 2014년 제정된 이후 학부모들이 악용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폭력적인 아이들을 제지하는 것이 아동학대로 신고되고, 호되게 꾸짖는 일이 감정적 학대로 낙인찍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BBC는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배경 중 하나로 한국의 경쟁적 문화를 꼽았다. 학업 경쟁 분위기와 스트레스로 학생들 사이 괴롭힘, 폭력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커졌다는 것이다. BBC는 “이런 문화를 부채질하는 배경에는 모든 것이 학업 성공에 달린 한국의 초경쟁 사회가 있다”며 “학생들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언젠가 명문대에 들어가고자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의 사고방식이 ‘내 자식만 중요하다’는 것”이라는 현직 교사 인터뷰도 소개했다. “내 자식만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만 생각하면 매우 이기적으로 변하고 이 압박감이 아이들까지 전해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한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학력자 부모도 늘어났는데, 그러다 보니 과거와 달리 교사를 낮게 보는 일도 많아졌다는 서울교대 김봉제 교수의 진단도 소개했다. 김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학부모들은 자신이 낸 세금으로 교사들에게 봉급을 준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은 교실만 무너져 내린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도 이날 “한국 교사들이 동료의 죽음 이후 집회를 열고 있다”며 예정된 대규모 집회 일정과 함께 한국의 교권 추락 논란을 소개했다.
로이터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지난 6년간 공립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가 100명에 이르며 이 중 57명이 초등학교 교사로 집계됐다고 짚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