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 흉기 협박” 허위 신고에 6개월 감옥간 男

입력 2023-09-03 10:59
서울중앙지법. 뉴시스

동거하던 남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하자 자해한 후 “남자친구가 죽이겠다고 협박한다”며 허위 신고한 여성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길호 판사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씨(40)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남자친구 집에서 약 반년 간 함께 살았다. 둘 사이는 다툼이 잦았고 남자친구는 2021년 4월 관계를 끝내자며 A씨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말했다.

A씨는 남자친구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자 흉기로 자기 목에 스스로 상처를 냈다. 이후 화장실로 들어가 “남자친구가 목에 식칼을 겨누고 죽이겠다고 협박해 상처를 입었다”고 112에 신고했다.

A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남자친구가 주방에서 흉기를 몰래 가지고 와 허리춤에 숨긴 채 같이 죽을 것이냐고 물었다”며 “무시하자 흉기를 목에 가져다 대며 여러 차례 긁어댔다”고 진술했다.

경찰과 검찰 단계에서 이어진 피해자 조사에서도 A씨는 진단서를 제출하며 “흉기로 목 부위를 여러 차례 쓱싹쓱싹 그어댔다”고 주장하며 남자친구를 엄벌에 처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잠들어 있던 남자친구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특수상해·특수협박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A씨는 재판부에 ‘엄벌탄원서’도 제출했다.

남자친구는 결국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체포된 후 2021년 9월 무죄를 선고받기까지 172일 간 유치장과 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다. 그는 검찰이 항소해 2심 재판까지 받아야 했고 항소 기각으로 무죄가 확정돼 약 440일 만에 혐의를 벗었다.

A씨는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A씨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무고는 국가형벌권의 심판기능을 저해하고 피무고자로 하여금 부당한 형사 처벌을 받을 위험에 빠뜨리는 범죄로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불량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5개월 동안 허위 신고를 인정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궁지에 빠뜨렸다”며 “범행을 인정하고 있지만 남자친구의 폭력성을 탓하고 있어 반성이 진정한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