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빅리거들이 연일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한국인 야수 역대급 시즌을 보낸 김하성은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차고 류현진은 부상에서 돌아와 건재함을 과시한다. 시즌 종료 후 협상 테이블에서도 낭보를 기대할 만하다.
김하성은 31일(한국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 1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올렸다. 시즌 타율은 0.278가 됐다.
팀은 9회말 토미 에드먼에게 역전 투런포를 헌납하며 이틀 내리 끝내기 패배로 울었지만 김하성은 빛났다. 1회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한 그는 후안 소토의 번트와 매니 마차도의 적시타로 연이틀 선취점의 주인공이 됐다.
2회에는 귀중한 추가점을 뽑았다. 2사 1, 2루 득점권에서 세인트루이스 선발 마일스 마이컬러스의 초구 커브를 받아쳐 좌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멀티 히트에 성공한 그의 시즌 OPS는 0.809가 됐다.
김하성은 2021년 미국 진출 당시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연평균 700만 달러 수준이다. 올 시즌 활약에 비춰 보면 공격·수비 어느 지표를 따져도 헐값이다.
극적인 성적 하락만 없다면 2024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몸값 폭등이 자명하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에 이제 막 30대를 바라보는 나이, 쉽게 다치지 않는 내구성 또한 대형 계약을 기대하게 한다.
부상에서 돌아온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도 스토브리그 전망을 점점 밝히고 있다. 2019년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류현진은 올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다.
8월 복귀 후 3승 1패 평균자책점 2.25로 견고한 그지만 한 달 전만 해도 상황은 아예 달랐다. 2020시즌 호투 이후 2021년과 지난해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팔꿈치 수술까지 받으면서 내년부턴 빅리그에서 뛸 수 없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제기됐다.
이 같은 의구심은 5경기 만에 180도 뒤집혔다. 속구 평균 구속이 시속 150㎞를 상회하는 메이저리그에서 ‘느림의 미학’을 체현하면서 부활에 성공했다. 구속·구위에 의존하지 않는 성향상 에이징 커브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건 그의 장점이다.
여세를 몰아 시즌을 잘 마무리한다면 FA 시장에서도 충분한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마침 ‘5억불의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가 팔꿈치 부상을 당하면서 대형 투수 매물이 줄어든 차다. 선발진 보강이 급한 팀에 ‘건강한 류현진’은 분명 구미가 당길 만한 옵션이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