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최재성님!”… ‘공포의 외인구단’ 라디오로 왔다

입력 2023-08-31 15:00 수정 2023-08-31 15:35
유튜브 ‘KBS KONG’ 공포의 외인구단 티저 영상 캡처

이현세 작가의 ‘공포의 외인구단’은 한국 만화를 대표하는 전설의 작품이다. 야구라는 신선한 소재와 흥미진진한 전개로 1983년 연재 시작 이후 전 국민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올해 연재 40주년을 맞은 이 작품이 라디오 드라마로 우리 곁을 다시 찾아온다.

2023년에 재현한 80년대 레트로 감성

드라마를 제작한 황형선 PD를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앞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사소한 대화에서 라디오 드라마의 기획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황 PD는 아는 성우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예전에 공포의 외인구단을 재밌게 봤는데 드라마로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추억의 명작 시리즈를 생각했는데 공포의 외인구단을 첫 주자로 낙점했다”고 전했다.
황형선 KBS 라디오 PD

원작이 만화인 작품을 오디오로 제작하는 일이 쉽진 않다. 특유의 만화적 표현과 대사를 오디오로 바꾸면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황 PD는 “이현세 작가 만화는 깊이와 서사가 있어 도전해볼 만하겠다고 생각했다”며 제작을 감행한 이유를 밝혔다.

40년이 넘은 작품을 재구성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황 PD는 “원작에 최대한 충실해 당시 느낌을 살리고자 했다. 옛날엔 통했지만, 지금은 안 쓰는 표현들도 바꾸지 않고 썼다”고 말했다. 드라마에는 인물들이 카페에서 대화하는 장면에 나오는 배경 음악도 80년대 음악이 그대로 사용됐다. 이처럼 작품 곳곳에서 올드하지만 친숙한 그 시절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초특급 출연진이 말아주는 ‘오디오 외인구단’

라디오드라마 '공포의 외인구단' 성우진 단체사진. 황형선PD제공

본 작품은 화려한 성우진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연인 남도형 성우(오혜성 역), 채안석 성우(마동탁 역), 김희진 성우(최엄지 역)를 비롯해 많은 프로 성우들이 작품에 참여했다.

성우 캐스팅을 위해 이례적으로 프리 성우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했다. 미리 생각해둔 주연들의 목소리가 있었냐는 물음에 황 PD는 “아예 백지상태에서 오디션을 봤다. 모두 프로들이라 연기력보다는 목소리를 듣고 판단했는데 지금 성우들이 제일 잘 어울렸다”고 답변했다.

배우 최재성의 깜짝 캐스팅도 화제다. 원작을 재해석한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감독 이장호)에서 오혜성을 연기한 배우 최재성이 이번엔 외인구단의 손병호 감독 목소리를 맡았다.

황 PD는 “영화배우와 성우의 합작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며 캐스팅 계기를 밝혔다. 이어 “배우와 성우의 마이크 사용법과 발성법이 달라서 어려워하실 줄 알았는데 기본기가 탄탄하시더라. 첫날 연습해보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홈런도, 삼각관계도 이젠 귀로 즐긴다

유튜브 ‘KBS KONG’ 공포의 외인구단 티저 영상 캡처

역동적인 스포츠를 다루는 작품인 만큼 경기장의 현장감을 소리로 구현하는 일이 관건이었다.

황 PD는 “실감 나는 녹음을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공을 치는 소리, 공이 홈으로 들어오는 소리, 슬라이딩하는 소리 등을 디테일하게 구분해 녹음했다. 경기장의 모래량은 어느 정도로 할지, 배트 소재는 알루미늄이 좋을지 나무가 좋을지까지 하나하나 회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했다. 경기장에서 가장 크게 들리는 관중들 목소리는 전속 성우 16명이 동시에 녹음해 소리를 여러 번 덧입혀 만들었다.

각각 녹음된 성우의 목소리와 음향 효과를 편집하는 일은 PD 몫이다. 성우의 ‘헛’하고 배트를 집어 던지는 호흡과 집어던진 배트가 땅에 떨어지는 효과음을 몇 초 간격을 두고 편집하느냐에 따라 극의 리얼리티가 좌우된다. 황 PD는 “경기 장면에 워낙 동선이 많아 후반 작업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공포의 외인구단' 원작의 한 장면. 실제로는 다른 대사가 쓰였지만 한 누리꾼이 바꾼 대사로 유명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혜성과 엄지, 동탁의 아슬아슬한 삼각관계는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황 PD는 “시대 흐름에 따라 수정되거나 삭제된 부분도 있지만, 전체 스토리는 원작을 따랐다”고 말했다. 청취자들은 만화를 보며 느꼈던 긴장감과 충격을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있다.

황 PD에게 드라마를 한층 깊게 즐길 방법을 물었다. 그는 “작품에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젊은 층에겐 생소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윗세대가 즐겼던 문화는 뭘까?’ 라는 궁금증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원작을 보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총 21편이 지루할 틈 없이 꽉 차 정말 재밌으니 기대하시라”며 웃음 지었다.





황 PD는 “성우를 기반으로 한 인프라는 KBS만이 가진 장점이다. 플랫폼을 다양화해서 오디오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이 접하게 됐으면 좋겠다”며 오디오 장르에 대한 지원이 끊기지 않길 바란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KBS 라디오 드라마 공포의 외인구단은 9월 1일 KBS 라디오 극장에서 첫 방영을 앞두고 있다. 오디오에 디지털 원화를 입힌 오디오 웹툰은 10월부터 KBS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정고운 인턴기자 서혜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