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호 태풍 ‘기러기’가 괌 동쪽 해상에서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향해 북서진하고 있다. 기러기에 선행한 제11호 태풍 ‘하이쿠이’는 중국 상하이로 상륙해 연안을 타고 북상하는 예상 경로를 그렸다. 지금의 예상 경로대로면 제주도는 9월 5일 전후 태풍 2개에 둘러싸일 수 있다.
기상청은 31일 오전 5시 발표한 태풍 통보문에서 “기러기가 오전 3시 현재 괌 동쪽 약 104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8㎞로 북북동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태풍은 이날 오후 3시 북북서진으로 방향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기러기는 북한에서 제출된 새의 이름으로, 지난 30일 밤 9시 제20호 열대저압부에서 태풍으로 발달했다.
기러기는 북서진으로 방향을 바꾼 뒤 시속 20~30㎞대의 빠른 속도로 일본 서남부를 향해 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기러기가 9월 5일 오전 3시 일본 가고시마 남남서쪽 약 11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9㎞로 서북서진을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 기러기의 중심기압은 998hPa, 최대풍속은 초속 19m(시속 68㎞)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기러기의 강도를 분류하지 않았다.
아직 발생 초기인 기러기의 강도와 경로를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기상청의 예상대로 진행 방향을 유지하면 제주도는 9월 5일쯤 기러기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
문제는 하이쿠이가 같은 날 전후 중국 동부 연안을 타고 북상할 가능성에 있다. 하이쿠이의 상륙 지점으로 지목된 상하이는 제주도 서남부에 있는 서해 연안 도시다.
기상청은 오전 4시 태풍 통보문에서 “하이쿠이가 오전 3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약 850㎞ 부근 해상에서 시속 31㎞로 서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쿠이의 중심기압은 985hPa, 최대풍속은 초속 27m(시속 97㎞)로 측정됐다. 현재 강도는 ‘중’이다.
하이쿠이는 오키나와 주변에서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하이쿠이가 오키나와 남남서쪽 약 220㎞ 부근 해상까지 접근할 9월 1일 오후 3시 중심기압을 970hPa로 내리고, 최대풍속을 초속 35m(시속 126㎞)로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때 강도는 강으로 격상될 수 있다.
하이쿠이는 오키나와 다음 행선지로 중국 상하이를 가리키고 있다. 기상청은 하이쿠이가 9월 4일 오전 3시 상하이 남서쪽 약 90㎞ 부근 육상에 위치할 것으로 봤다. 그렇게 중국 동부 연안을 휩쓸며 북상해 9월 5일 오전 3시 상하이 북북서쪽 약 170㎞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상청의 태풍 통보문을 종합하면 제주도는 9월 5일 전후 서쪽에 하이쿠이, 동남쪽에 기러기를 두게 될 수 있다. 기러기의 경우 진행 방향에 따라 제주도로 상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6시 홈페이지에 공개한 중기 예보에서 이번 주말인 오는 9월 2~3일 제주도의 날씨에 대해 “흐리고 비가 올 것”이라며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와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정도에 따라 강수 시점이 변경될 수 있어 앞으로 발표되는 예보를 참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9호 태풍 ‘사올라’는 홍콩으로 상륙하는 예상 경로를 그렸다. 기상청은 오전 4시30분 태풍 통보문에서 “사올라가 오전 3시 현재 중국 산터우 남동쪽 약 35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4㎞로 서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올라는 현재 중심기압 920hPa, 최대풍속 초속 53m(시속 191㎞)의 매우 강한 태풍이다. 홍콩 북동쪽 약 40㎞ 부근 육상에 올라탈 9월 2일 오전 3시에도 사올라의 강도는 ‘강’으로 유지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