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초과근로수당 적용대상 확대…연일 ‘바이드노믹스’ 띄우기

입력 2023-08-31 07:51

조 바이든 행정부가 초과근로 수당 적용 대상을 연봉 5만5000달러 미만 근로자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들 근로자가 주 40시간 넘게 일하면 고용인은 통상임금의 1.5배를 초과근로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내년 대선을 겨냥해 지지층을 흡수하고 ‘바이드노믹스’ 성과를 부각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미 노동부는 30일(현지시간) 주당 1059달러, 연간 5만5068달러 미만을 받는 급여 근로자에게 초과근로 수당을 보장하는 내용의 규칙 제정 통지를 발표했다. 현재 초과근로 수당 적용 기준(연봉 3만5568달러)보다 약 2만 달러 상향 조정한 것이다.

줄리 수 장관 대행은 “이 나라 근로자 권리의 초석은 주 40시간 근무이고, 이를 초과하면 더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많은 근로자가 추가 수당 없이 장시간 근무하면서 희생에 대해 보상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시간제 근로자에게 초과근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연간소득이 기준을 넘는 고위임원이나, 관리직, 전문직 등 직군엔 이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 미국 정규직 근로자 평균 연봉은 5만7000달러 수준이다. 평균 연봉에 미치지 못하는 상당수 근로자가 소득 기준 때문에 초과근로 수당을 받지 못 하는 사례가 많았던 셈이다. 이에 따라 진보 성향의 셰로드 브라운 민주당 상원의원은 올해 초 초과근로 수당 적용 기준을 7만5000달러까지 높이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노동부는 이번 적용 대상 확대로 360만 명의 근로자가 혜택을 받고, 고용인은 12억 달러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또 3년마다 소득 데이터를 반영해 초과근로 수당 적용 대상 기준을 조정하기로 했다.

CNBC 방송은 “이번 변화는 저소득 소매, 식품, 숙박, 제조 및 관리직 직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도 경제정책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초과근로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가 현재의 15%에서 30%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는 운영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즉각 반발했다. 미국 건설산업협회는 “여러 산업이 여전히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공급망 중단, 원자재 가격 상승, 인력 부족으로 씨름하고 있다”며 “실망스러운 제안”이라고 밝혔다. 전국레스토랑협회도 “현재 중소 식당은 3~5% 마진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번 제안은 운영비를 2.5% 늘릴 것”이라며 “높은 식료품 가격과 인건비 증가를 겪고 있는 사업자들은 가격을 인상하거나 폐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부는 그러나 “근로자의 경제적 안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규칙 제안”이라며 “노동자들은 바이드노믹스의 경제적 번영을 계속 공유할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지지층을 겨냥한 경제성과 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는 전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메디케어(고령자용 의료보험)에 사용되는 처방 의약품 10종에 대한 가격 인하 협상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약값 인하가 시행되면 최대 900만 명의 고령자들이 혜택을 본다. 이는 바이드노믹스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학자금 대출 탕감이 무산된 이후에도 20년 이상 상환자 80만 명, 대학 사기 피해자 130만 명 등 특정대상자 340만 명에게 1160억 달러를 탕감해줬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을 열고 최악의 산불 피해를 본 하와이 마우이섬에 전력망 복구 등을 위해 95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록적인 홍수와 극심한 가뭄과 더위, 심각한 산불은 우리가 전에 보지 못한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며 “누구도 더는 기후 위기의 영향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