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과 야당은 30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등을 놓고 국회에서 공방을 벌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육군사관학교의 홍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대해 “육사에서 사관학교 정체성이나 생도 교육에 부합하도록 교내 기념물 재정비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 과정에서 반드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우리 헌법 정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홍 장군의 독립운동 공로와는 별개로 소련 공산당에서 활동했던 점을 고려하면 북한을 주적으로 삼는 육사에서 흉상을 설치해 기릴 수는 없다는 정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도 “홍 장군이 독립운동가로 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나, 대적관이 확실해야 할 육사에는 (흉상을) 전시할 수 없다”고 동조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 장군 흉상을 철거하는 게 문제라는 여론도 많다”며 “독립군은 독립군으로, 음악가는 음악가로 기리는 게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흉상 이전의 결정권을 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회의에 출석하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이 장관은 이날 방산협력 논의차 폴란드로 출국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은행이 부실해서 예금자들이 잔금을 빼는 것을 ‘뱅크런’이라고 하는데, 정부 부실 지적을 피해 국민으로부터 도망가는 ‘장관 런’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광주 출신의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역사공원 설치 문제를 두고도 설전이 오갔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향해 공원 조성사업이 지방자치 사무인 만큼 보훈부가 이를 저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그러면서 박 장관이 국회의원이던 2015년 8월 중국에서 열린 한·중 청년 지도자포럼에 참석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부산이 포함돼야 한다’고 언급한 사실을 거론하며 “공산주의자시냐”고 물었다. 정율성의 중국 인민군 활동을 문제 삼는 박 장관이 중국의 외교정책에 동조했던 것 아니냐고 꼬집은 것이다. 이에 박 장관은 “일대일로를 지지하는 게 왜 공산주의자냐”며 “(야당이) 색깔론이라고 하는데, 인민군을 인민군이라고 하는 게 왜 색깔론이냐”고 반박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 대응을 둘러싸고 공방은 극에 달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바나나에도 삼중수소가 있는 것처럼 유튜브와 문서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 정부는 도쿄전력의 입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 총리는 “도대체 어떻게 정부가 국민을 위해 (오염수 관련 데이터를) 이야기하는데 도쿄전력의 입이라고 이야기를 하냐”며 “예의가 없으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총리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팔을 휘젓기도 했다.
위 의원이 물러서지 않고 “결국은 도쿄전력이 하는 이야기를 정부가 (받아서)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한 총리는 “도쿄전력의 말을 따라가는 것은 하나도 없다. 과학적 방법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현수 박성영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