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산후도우미의 재판에서 동의하지 않은 CCTV 영상은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함현지 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산후도우미 50대 A씨와 60대 B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서비스업체 소속인 A씨는 2020년 11월 산모 C씨의 집에서 양반다리를 한 채 생후 10일 된 신생아의 머리를 왼쪽 허벅지에 올려두고 다리를 심하게 흔들어 신체의 손상을 주거나 건강·발달을 해치는 학대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와 함께 2020년 1월쯤 또 다른 산모 D씨의 집에서 생후 60일 아기를 흔들어 학대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아이를 태운 유아차를 빠르게 밀고 당겼고, B씨는 짐볼 위에 앉아 아이의 목을 완전히 고정하지 않은 상태로 안고 분당 80∼90차례 위아래로 반동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 A씨와 B씨가 아이를 흔드는 장면을 포착한 CCTV의 증거 능력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C씨 측은 동의를 받고 CCTV를 설치했다고 주장했지만 A씨는 ‘CCTV가 고장 났다’는 설명만 들었을 뿐 촬영되고 있다는 점은 몰랐다고 반박했다. 또 C씨 측은 촬영 목적과 촬영되는 부분, 촬영 영상의 보관 기간이나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알리지는 않았다고 시인했다.
이에 함 판사는 해당 CCTV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판단했다. 재판에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함 판사는 CCTV의 재생 속도를 문제 삼았다. 두 집에서 촬영된 CCTV가 모두 원래 속도보다 1.5∼2배 빠른 속도로 재생되는 파일이었는데, 아이를 흔들었다는 점이 주된 혐의인 사건에서 증거로 사용하기엔 부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검찰이 CCTV를 원래 속도로 복원해 추가 제출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함 판사는 “‘흔들림 증후군’이 발생하는 20초간 40∼50회 흔든 사례에 미치지 못하며 아이들의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육자 입장에서는 보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돌봄이라고 볼 수는 있어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