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과열에서 서서히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미국 구인건수는 팬데믹 초기 수준인 900만 건 이하로 떨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동결 여지가 커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미국 노동부가 29일(현지시간)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내 구인건수는 882만7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33만8000건 감소한 수치다. 미국 구인 건수가 900만 건대로 낮아진 건 2021년 3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지난달 구인건수는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946만5000건)보다도 63만8000건 적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는 1.51개로 지난 6월 1.54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적정 수준인 1.0~1.2 범위를 웃돌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지표가 일제히 하락하며 미국 노동시장 과열 양상이 진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다른 지표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구인율은 지난 6월 5.5%에서 지난달 5.3%로 낮아졌는데, 이는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용 역시 전월 대비 16만7000명 감소한 577만3000명으로 2021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용률은 지난 6월 3.8%에서 지난달 3.7%로 떨어지며 2020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퇴직자도 25만3000명 감소한 354만9000명으로 2021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주로 숙박이나 음식업종에서 퇴직이 감소했다. 도매 무역이나 운송, 창고, 유틸리티, 교육, 의료 서비스, 금융 부문에서도 감소가 발생했다.
로이터는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둔 근로자가 줄어든 건 고용 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줄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래드 드콰드로스 브린캐피탈 수석 경제 고문은 “노동 시장은 여전히 빡빡하지만, 과잉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며 “노동 시장 재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노동시장 데이터가 연준에 금리를 동결할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인건수 감소와 퇴직 감소는 연준이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을 포기할 수 있을 만큼 노동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기대감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 25일 잭슨홀 연설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지속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나오면 통화정책의 반응을 요구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금융시장 분석회사 FwdBonds의 크리스토퍼 럽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이 천천히 냉각되고 있으며, 이는 경기침체로 인한 대규모 일자리 손실을 촉발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는 경제 연착륙 사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