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아내와 두 아들을 살해한 40대가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재판과정에서 자신에게 다른 인격체가 있으며 기억상실 증세가 있다고 주장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고법 형사2-1부(왕정옥 고법판사)는 29일 살인 혐의를 받는 A씨(46)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A씨에게 사형을 구형한 검찰은 이 사건 범행의 계획성, 잔인성, 반인륜성, 피고인의 범행 후 태도에 비춰봤을 때 원심의 형량은 가볍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비교했을 때 양형 조건의 변화가 없고, 원심 판결이 그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8시10분쯤 주거지인 경기 광명시 한 아파트에서 아내(당시 42세)와 두 아들(당시 15세·10세)이 평소 자신을 무시하며 대든다고 생각해 미리 준비한 둔기와 흉기로 이들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범행 2년 전 회사를 그만둔 이후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면서 아내와 자주 말다툼하는 등 가정불화가 심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첫째 아들이 자기 슬리퍼를 허락 없이 신고 외출했다는 이유로 폭언한 뒤 가족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살해 직전 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 집으로 들어가 큰아들과 아내, 막내아들을 차례로 살해했다.
범행 후 인근 피시방에서 2시간가량 만화를 보다가 집으로 돌아온 그는 “외출하고 오니 가족들이 칼에 찔려 죽어있다”라며 울면서 119에 신고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자신에게 다른 인격체가 있으며 기억상실 증세가 있다고 주장해왔으나, 정신감정 결과 ‘정상’ 소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