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 변화, 아이들에 대한 구조적 폭력” 규정

입력 2023-08-29 11:01
기후 위기 시위를 벌이는 청소년들 모습. AP 뉴시스

유엔(UN)이 기후 위기를 아이들에 대한 ‘구조적 폭력’으로 규정하고 기후 소송에 나선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지난 5년 사이 세계 각국에서 제기된 기후 소송만 218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권리협약을 개정하며 기후 위기를 “아이들에 대한 구조적 폭력”으로 규정했다고 2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또한 국가가 아이들이 기후위기 소송 등에 나설 수 있도록 장벽을 제거하는 것 등 ‘사법 접근성’을 개선하도록 하는 내용도 이번 협약 개정안에 담았다.

유엔은 2년 동안 100개국 1만6000명의 아이들의 의견을 청취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앤 스켈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은 “이제 (기후 환경에 관한 아동 권리와 관련해) 모든 것을 한 데 모아놓은 명료한 지침이 마련됐다”며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확실히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지침 개정은 각국 법정에서 10대 원고들의 기후 소송이 늘어나면서 시작됐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컬럼비아대 공동 연구진은 지난 5년간 세계 65개국에서 총 2180건의 기후 소송이 제기됐다고 지난달 28일 보고했다. 2017년 이전에 884건에 불과했던 소송 건수가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포르투갈의 10대 남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한 유럽 33개국을 상대로 기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인권법원은 2022년 12월 이들에게 ‘원고 자격’을 인정한 결정을 내렸다. 미국에선 미국 몬태나주 청소년 16명이 2020년에 주 정부를 상대로 “기후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화석연료 프로젝트를 승인해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4일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이번 유엔의 가이드라인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레타 툰베리 스웨덴 기후활동가는 이번 개정과 관련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더 적극적이고 과감해질 것”을 요청했다. 미국 몬태나주 소송에서 청소년을 대리한 켈리 매티슨 ‘우리아이들의신탁’ 부국장도 “이번 가이드라인은 획기적 도약이 아닌 ‘점진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며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앤 스켈턴 위원장은 “일부 국가들이 유엔의 조치에 대해 ‘너무 멀리 갔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유엔은 행동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