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이나 북한 중 한 곳과 충돌하면 다른 곳이 동시에 개입해 ‘두 개의 전선’(two front)이 형성되는 전쟁이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미국과 동맹은 한꺼번에 두 국가를 상대로 싸우는 전쟁과 제한적인 핵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중국이나 북한 중 한 곳에 의해 분쟁이 시작될 경우 두 국가 모두와의 동시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미국과 동맹국의 국방 목표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러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불가피한 참전 가능성이 제기됐다. 보고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 등으로 미·중 간 대규모 무력 충돌이 발생하고, 제한된 규모로 신속하게 마무리되지 않으면 중국이 주한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어 한국도 분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또 중국이 일본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해도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분쟁에 끌려들어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시나리오에서 북한의 가담을 경고했다. 북한이 역내 미군 병력 증강에 위협을 느껴 중국 편에 가담하거나, 주한미군의 방위 태세가 약해졌다고 보고 한국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군과 주한미군 전력을 한반도에 묶어두기 위해 북한을 부추길 우려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북한이 미국과 먼저 충돌할 때도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은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통일 조건을 결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력 충돌의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 도발 시) 중국 개입이 반드시 불가피한 것은 아니고 미·중이 협력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지만, 전문가들 향후 10년 동안 양국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협력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분쟁 발생 시 중국이나 북한이 제한적으로 핵 공격을 가할 위험은 2027~2032년까지 커질 것으로 보이며, 동시 분쟁으로 인해 이러한 위험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한반도 분쟁에 대한 중국의 군사 개입은 북한의 핵 계산에 위험한 새 변수를 추가할 수 있다”며 “제한적 핵 공격은 ‘가장 덜 나쁜’ 선택으로 보이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동맹의 지휘통제 체계와 기지, 병참, 동맹 정책 등은 ‘한 개 전선’을 가정하고 설계됐고, 제한적인 핵공격에 대응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면서 이를 억제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