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판, 경선 ‘슈퍼화요일’ 전날 시작…법정이 유세장 될 판

입력 2023-08-29 05:50 수정 2023-08-29 09:01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전복 시도 사건 재판이 내년 3월 4일부터 시작된다.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는 ‘슈퍼 화요일’ 하루 전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내 경선 등 차기 대선 캠페인을 재판과 병행하며 치러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재판부 편향성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사법 재판장이 트럼프 측 선거 유세장으로 활용될 우려도 제기됐다.

타니아 처트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전복 시도 사건 첫 재판 날짜를 이같이 결정하며 “대중은 이 사안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종결돼야 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내년 1월 2일을, 트럼프 측 변호인단은 2026년 4월을 재판 게시일로 제안했다.

존 라우로 트럼프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정부가 제시한 기간 내에 증거 검증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처트칸 판사는 “트럼프씨는 그의 일정과 상관없이 재판 날짜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변호인은 오랫동안 재판이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재판 개시일은 가장 많은 주에서 공화당 프라이머리(Primary·예비선거)나 코커스(Caucus·당원대회)가 열리는 ‘슈퍼 화요일’ 하루 전날이다. 공화당은 내년 3월 5일 앨라배마, 알래스카, 아칸소,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텍사스 등 15개 주에서 코커스나 프라이머리를 열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슈퍼 화요일을 통해 대세론이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는 2016년 3월 슈퍼 화요일에서도 압승하며 본선행을 굳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을 선거 캠페인 전장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편향된, 트럼프 혐오 판사가 나에게 겨우 (특검 제안 날부터) 두 달 연기를 허용했다”며 “타락한 정부가 원하던 대로다.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자신에 대한 기소와 재판이 바이든 행정부 차원의 ‘마녀 사냥’이라는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맷 개츠 공화당 하원의원은 지난 25일 처트칸 판사에 대해 “매우 편향적이고 불공정하다. 그는 그동안 법정 안팎에서 노골적으로 정치적 편견을 드러내 왔다”며 법사위 차원의 조사를 제기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건의 다른 재판도 연이어 진행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가 열리는 내년 1월 15일 패션잡지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 재판을 시작한다.

뉴욕주 맨해튼 법원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은 내년 3월 25일, 플로리다주의 기밀문건 불법 반출 및 보관 사건은 내년 5월 20일 첫 재판이 진행된다. 여기에 조지아주의 대선 결과 전복 시도 사건 재판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패니 윌리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사장은 내년 3월 4일 재판을 시작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화당 내부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ABC방송이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에 의뢰한 조사에서 응답자 5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장 대선 캠페인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ABC방송은 “이 수치는 트럼프가 공화당 주자로 대선에 뛰어들 때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지를 예고한다”며 “공화당 내 비판자들은 경선 과정에서의 트럼프 우위를 한탄하며 결국 그의 짐(사법리스크)이 본선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의 매일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공화당에 재앙”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