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에서 자이언트판다 러바오가 방사장에 떨어진 어린이 장난감을 먹이로 착각하고 깨물어 먹을 뻔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동물원 측은 현장 직원의 발빠른 대처로 무사히 상황이 종료됐다고 알렸으나 관람객 부주의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에버랜드 판다들을 돌보고 있는 송영관 사육사는 28일 동물원 공식 카페인 ‘주토피아’에 글을 올려 “자신의 공간에 떨어진 새로운 물건이 궁금했던 러바오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어떤 물건인지 간단히 확인했다”며 “입안에 상처도 없는 것을 제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고가 벌어진 건 지난 26일이었다. 아버지에게 안겨 관람하던 아이가 판다 방사장 안으로 파란색 버스 모양 장난감을 떨어뜨린 것이다. 이를 본 러바오가 장난감을 집어 물었는데 다행히 삼키진 않았다. 다른 관람객들이 직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직원이 러바오를 내실로 들여보내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이런 목격담과 현장 사진·영상 등이 온라인에 전해지면서 판다 안전 우려가 제기됐다.
송 사육사는 “에버랜드 고객의 소리함을 통해 한 통의 메일을 전달받았다”며 “아이의 어머님이 쓰신 메일에는 ‘아이를 데리고 러바오와 푸바오를 만나기 위해 판다월드를 방문했는데 아이의 아버님이 목말을 태워 보여주려다 장난감을 러바오 방사장에 떨어뜨렸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어머니는) 최대한 판다들에게 스트레스 주지 않으려 신경 썼는데 본의 아니게 실수로 떨어뜨리게 됐다며 다음부터 아이와 함께 동물원에 갈 때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러바오가 걱정되니 혹시 문제가 생기면 연락을 달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송 사육사는 “다행히 러바오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부모님도 아이도 너무 큰 죄책감에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실수를 인정하고 소중한 경험으로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시니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송 사육사의 글이 올라온 뒤에도 해당 아이와 부모에 대한 질책과 우려가 이어졌다. 온라인에는 “아이가 장난감을 떨어뜨렸으면 그 즉시 직원에게 알렸어야 했다” “뒤늦게 남긴 사과 메일이 무슨 소용인가” “플라스틱인데 삼켰으면 어쩔 뻔했나”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또 ‘아이 목말을 태우지 말라’는 안내문이 버젓이 적혀 있는데 이를 어긴 데 대한 지적도 나왔다.
최근 자이언트판다를 보러 오는 관람객이 늘면서 에버랜드 측은 관람매너를 지켜 달라고 수차례 공지했다. 특히 소음에 민감한 판다들을 고려해 실내정숙을 강조했다. 사육사들은 푸바오가 자주 앉는 자리 근처에 ‘쉿!’이라고 적힌 안내판을 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자 에버랜드 측은 다음 달 1일부터 판다월드 관람시간을 5분으로 제한해 운영하기로 했다.
한편 판다월드에는 자이언트판다 푸바오·아이바오·러바오와 레서판다 3마리가 있다. 특히 꼬마 판다로 인기몰이 중인 푸바오는 2016년 한국으로 온 아이바오와 러바오 사이에서 2020년 7월에 태어났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소유권은 중국에 있다. 에버랜드는 푸바오 귀환을 두고 중국 측과 협의 중이며, 예상 귀환 시점은 내년 3월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