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의 흉상뿐만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국방부는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함명까지 변경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 장군 흉상 이전 문제로 갑자기 촉발된 ‘이념 논란’이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 청사 앞 홍 장군 흉상 이전 여부와 관련해 “국방부가 현재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이전 검토 배경에 대해 “독립운동에 기여한 애국지사들의 공로까지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면서도 “홍 장군과 관련돼 공산당 입당 또는 그와 관련된 활동에 대해 지난해부터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 대변인은 ‘홍 장군 흉상이 위치한 자리에 백선엽 장군 흉상을 세울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육사가 교내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때아닌 ‘이념 논란’이 불붙었다.
국방부의 ‘홍범도 지우기’ 움직임은 해군의 손원일급(1800t급) 잠수함 ‘홍범도함’의 함명 변경 문제로 확대됐다. 홍범도함은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진수됐다.
전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함명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도영 해군 서울공보팀장은 “현재 해군은 홍범도함 함명 변경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국방부에서 육사와 함께 국민적 여론을 감안해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홍 장군 흉상은 철거가 아니라 독립기념관 이전 문제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국방부가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이준석 전 대표는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산주의자니까 안 된다고 하면, 공산주의자에게 서훈을 했던 박정희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정희정부 당시였던 1962년 10월 홍 장군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방부가 온 사방을 이념 전쟁터로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광주시의 역사공원 조성 사업의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박 장관은 호남학도병의 성지인 전남 순천역을 찾아 “학생들에게 공산당의 나팔수를 기억하게 하고 기리겠다는 시도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