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된 주택 벽에 쓰여진 ‘지저스’… “성경이 말한 핍박은 리얼”

입력 2023-08-28 14:01 수정 2023-08-28 19:37
최근 파키스탄 무슬림에 의해 전소된 한 주택 벽에 쓰여진 '지저스' 글자. 파키스탄 B선교사 제공

인도·파키스탄 크리스천들이 신앙 때문에 극단적 힌두교와 무슬림에 의해 목숨을 잃거나 집과 교회가 전소돼 난민이 되는 박해를 당하고 있다. 지난 5월 초부터 인도의 극단적 힌두교도 메이테이족이 기독교 신앙을 가진 소수부족 쿠키족에게 자행한 폭력은 ‘인종 청소’로 묘사된다. 인근 나라 파키스탄에서도 기독교를 타겟 삼은 ‘신성모독죄’로 인해 최근 무슬림의 방화 사건으로 교회와 성도들 집이 전소됐다. 박해받는 이들을 향한 세계교회 기도와 관심, 연대가 요청된다.

지난 5월 메이테이족이 인도 마니푸르주 추라찬드푸르, 임팔 등에서 주도한 유혈 사태 직후 극적으로 인도에서 빠져나온 A선교사는 최근 국민일보와 만나 인터뷰를 갖고, 폭력을 피해 뿔뿔이 흩어진 쿠키족 근황을 전하며 이들에 대한 한국교회의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최근 인도 쿠키족이 난민 캠프에서 식사하고 있다. A인도 선교사 제공

인도 북동부 지역에서 사역했던 그는 쿠키족의 기독교 지도자들과 SNS로 소통하고 있다. 지속되는 유혈 사태로 130여명이 사망했고 359곳 교회, 198개 기독교 마을, 7000여채 집이 전소됐다. 5만7000여명의 난민은 인근 추라첸드푸 난민 캠프 등 곳곳에 흩어져 열악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A선교사는 유혈 사태의 원인으로 “쿠키족이 거주하는 비옥한 토지와 자원 등을 둘러싼 갈등에서 촉발된 사건”이라며 “또 다른 이면으로는 선교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쿠키족을 제지하려는 종교 탄압에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선교단체와 외신 등은 메이테이족 뒤에는 집권 여당이자 힌두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인도인민당(BJP)과 구국결사대(RSS)의 암묵적 지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인도 쿠키족을 난민으로 수용한 추라첸드푸 난민 캠프 모습. A인도 선교사 제공

A선교사는 “쿠키족이 잔혹 행위로 인해 생명과 존엄성이 훼손되고 있음에도 폭력으로 맞대응하지 않는다”며 “침묵시위를 하거나 교회별로 성도들이 시간을 정해 기도하고 있다. 추라첸드푸 63곳 교회가 1만여명 난민을 수용하며 이들을 섬기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쿠키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식량과 생필품이다. A선교사는 “기독교주인 미조람주에서 성도들이 구호품을 전하고 싶어도 공급 길이 끊긴 상태”라며 “쿠키족이 그동안 하루 한 끼만 먹으며 버텼는데 장시간 버티려면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 절망스러운 상황이 소망으로 바뀌고 전소된 교회와 마을이 회복되도록 한국교회가 앞장서서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인도 인근 나라인 파키스탄 중동부 펀자브주 자란왈라시에서는 이슬람 경전 쿠란을 모독했다는 신성모독죄를 들면서 무슬림 군중이 성도들의 주택과 교회를 방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26곳 교회와 성도들의 40여채 주택이 전소됐다.

최근 파키스탄 무슬림에 의해 전소된 주택. 파키스탄 B선교사 제공

20년 이상 이곳에서 사역하는 B선교사는 2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무슬림이 현지 기독교인 집 앞에 구겨진 쿠란을 놓고 공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성모독죄는 기독교를 타겟으로 삼는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B선교사는 어려움을 겪는 현지 기독교인들이 성숙한 자세로 인내의 시간을 보내는 상황을 전했다. 그는 “현지인 리더들과 긴급기도회를 했는데 한 분이 ‘성경이 기록한 (마지막 때의) 핍박은 실제(Real)였다. 예수님 때문에(Reason) 받는 고난이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상(Reward)을 생각하며 인내하자’고 격려한 메시지가 마음에 남는다”고 했다.

현지 선교단체 리더들이 지난 25일 피해 지역을 방문해 위로하는 모습. 파키스탄 B선교사 제공

이번 사건으로 파키스탄 전역의 교회들이 피해 지역을 방문해 구호품을 나누고 복구 활동을 하면서 하나 되는 상황도 설명했다. B선교사는 “파키스탄에 가톨릭을 포함해 기독교인이 80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피해 지역에서 현지 교회와 외국 선교단체들이 열심히 돕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이전보다 파키스탄 교회가 견고해졌으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B선교사는 “피해를 당한 이들을 대상으로 긴급 구조 활동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두 달이 지나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구제가 현지 기독교인뿐 아니라 가난한 무슬림까지 미칠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기도와 관심을 요청했다.

현지 선교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피해 지역을 방문해 구호품을 전달하는 모습. 파키스탄 B선교사 제공

또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영적 돌봄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사역팀 구성이 필요하다”며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이 한 동네에서 동고동락하는 무슬림과 관계 회복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