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소리 시끄러”… 中유학생, 美 윗집 유독물질 테러

입력 2023-08-28 06:18 수정 2023-08-28 10:35
이웃집 문 틈에 유독 화학물질을 주입하는 유학생 쉬밍 리. NBC 방송 화면 캡처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중국인 유학생이 아파트 위층의 층간소음을 주장하며 ‘유독물질 테러’를 벌여 경찰에 붙잡혔다.

26일(현지시간) NBC 방송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 탬파 팜스의 아파트 단지에 사는 중국 출신 유학생 쉬밍 리(36)는 주사기를 이용해 이웃집 현관문 아래 틈으로 유해한 화학물질을 주입했다.

리가 주입한 약품은 마취제의 일종인 메타돈과 하이드로코돈으로, 두 물질이 사용됐을 때 불안과 복통, 구토, 호흡곤란, 피부 자극, 가슴 통증, 설사, 환각, 실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리의 윗집에 사는 우마 압둘라는 집에서 정체불명의 화학 물질 냄새를 맡고 관계 당국에 신고했다. 압둘라의 10개월 된 아기는 구토를 시작했다.

탬파 소방서가 압둘라의 집에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냄새의 원인을 찾지 못하자 압둘라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 앞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최근 화장실 변기 소리가 시끄럽다고 여러 차례 방문한 아랫집 주민 리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리의 범행은 감시 카메라를 통해 덜미를 잡혔다. 리가 압둘라의 집 현관문 밑 틈을 통해 수상한 액체를 주입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결국 리는 지난 6월 27일 체포됐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압둘라와 그의 아내, 아이는 한 달 넘게 리가 주입한 화학물질을 흡입했고, 이 때문에 호흡 곤란, 눈과 피부 자극 등에 시달렸다. 경찰관 한 명도 압둘라의 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부 자극을 겪어 치료받았다.

리는 스토킹, 화학 물질 살포, 규제 약물 소지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관이 화학 물질 피해를 봐 경찰관 폭행 혐의도 적용됐다.

중국인 유학생인 리는 올해 여름까지 사우스 플로리다대 화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는 거주하던 아파트에서도 쫓겨날 전망이다. 그가 살던 탬파 팜스의 옥스퍼드 플레이스 콘도미니엄 협회는 지난달 19일 법원에 리를 퇴거시켜 달라는 소장을 제출했다. 협회는 리가 주민들을 위험에 처하게 해 계약을 위반했다면서 손해배상금 5만 달러(6600만원)도 청구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