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유해 앞 ‘눈물’ 文, 흉상 철거에 “깊은 우려”

입력 2023-08-28 04:42 수정 2023-08-28 09:49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지난 2021년 저녁 서울공항에서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운구된 홍범도 장군 유해가 운구 차량에 실려 안치소를 향하자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전 대통령이 27일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군·광복군 영웅 5인의 흉상 이전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이 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인가”라며 이같이 적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이어 “국권을 잃고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로 떠돌며 풍찬노숙(떠돌아다니는 고생스러운 인생)했던 항일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이 오늘 대한민국에서도 이리저리 떠돌아야겠는가”라며 “그것이 그분들에 대한 우리의 예우이며 보훈인가”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여론을 듣고 재고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부디 숙고해 주기 바란다”며 글을 마쳤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지난 2021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홍 장군의 유해 봉환을 추진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문 전 대통령이 2019년 4월 홍 장군의 유해가 있는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해 유해 봉환을 요청했고, 2년4개월 만인 2021년 유해 봉환이 이뤄졌다. 이에 홍 장군의 유해는 서거 7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당시 홍 장군의 유해를 실은 특별수송기(KC-330)가 서울공항에 도착할 때 문 전 대통령은 직접 공항으로 나가 맞이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태극기로 관포된 홍 장군의 유해가 도착하는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참모들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눈물이 맺히고 목이 멘 것에 대해 “존엄한 한 인간의 삶의 뿌리에 대한 생각과 돌아가시고도 78년 동안이나 고국의 땅에 묻히지 못한 홍 장군의 고난의 삶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고 직접 답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주 1세대는 가족과 재산도 다 잃고 고생했다.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는 과정에서 기차에서도 수백명이 돌아가셨다”며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 도착해서도 수많은 분들이 생명을 잃으셨다. 하와이나 멕시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의 삶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장군과 같은 독립지사의 투쟁은 대부분 만주를 무대로 한 무장투쟁이었다. 일본의 압박으로 더 이상 만주에 머물지 못하고 연해주로 옮기게 된 것”이라며 “거기서 다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홍 장군은 그토록 원했던 독립된 조국에서조차 사회주의에 대한 의심과 장막으로 사실에 제대로 접근하지도 못한 채 그야말로 풍찬노숙의 삶을 사셨다. 독립 조국에서조차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신 세월이었다”며 “내 감정이 그렇게 장군님의 서러움에 이입이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던 이유를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은 홍 장군에게 건국훈장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도 수여했다.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충무관 앞에 설치돼 있는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의 흉상. 육군 제공

앞서 국방부는 “육사 정체성을 고려할 때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특히 생도교육의 상징적인 건물 중앙현관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며 이들의 흉상 이전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됐다. 봉오동 전투를 이끈 홍범도 장군이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전력이 있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다만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면서 “생도교육시설인 충무관 앞에 조성된 기념물들을 독립운동이 부각되는 최적의 장소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방부는 이들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