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3개월 만인 이달 말 종료된다.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 ‘닥터나우’와 ‘나만의 닥터’는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기로 했다. 시범사업 초점이 초진이 아닌 재진 중심이라 서비스 구현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와 약사, 환자가 너나 할 것 없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과 함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대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의사의 83%, 약사의 61%가 현행 시범사업 가이드라인이 유지될 경우 비대면 진료 참여를 중단 혹은 축소하겠다고 답했다고 27일 전했다.
의사 응답자 73%는 현행 시범사업이 ‘환자가 쉽게 진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고 평가했다. 의사 81%는 비대면 진료 시행 기준을 현행보다 완화해 초진 등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약 배송 금지’를 하는 시범사업을 제도화하는 데에는 의사의 82%가 반대했다. 약사와 환자 역시 각각 약 80%가 약 배송을 사실상 금지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해 부정적 견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국민 인식과 제도화 방향 의견을 살펴 제도 개선을 모색하기 위해 실시됐다. 조사를 수행한 한국리서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전화로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의사와 약사 각 100명과 환자 1000명에게 물었다.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는 “현재의 시범사업안은 사실상 비대면 진료 폐지 정책과 같다”며 “현안대로 법제화가 이뤄진다면 이는 공식적인 사형선고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닥터나우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사실상 운영이 어려워 다른 의료 서비스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하던 스타트업 30곳 중 10곳은 이미 사업을 종료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지난 5월 말 하루평균 5000건에 달하던 ‘비대면 진료 요청’ 건수가 정부의 시범사업 시행 첫 달인 6월 4100건, 7월에는 3600건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정부의 시범사업으로 결국 서비스가 폐지된 ‘타다 사태’가 재현됐다는 평이 나온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