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사-돈을 만지는 사람들/ 국민일보는 주식, 코인 등 자산시장의 전문가와 금융업계에서 혁신을 이끌어 낸 전문가들을 심층 인터뷰하는 코너를 운영합니다. 독자들의 건전한 금융 생활에 도움을 주는 글들을 싣겠습니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재건축 단지들이 늘고 있고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인 ‘모아타운’ 등을 통해 개발 속도에 탄력이 붙는 모습이다.
그러나 규제 완화 흐름에 편승한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의 판단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사진)는 “초기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사업 중단·지연 위험이 클 수 있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거칠다는 인식이 강한 탓에 여성 진출이 흔치 않았던 재개발·재건축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젊은 변호사다. 그가 대한변호사협회에 전문 분야를 등록할 당시 전체 변호사 약 2만명 중 재개발·재건축 전문은 70명뿐이었다. 특히 여성 변호사는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워커홀릭’으로 알려진 김 변호사는 활발한 활동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정비사업 자문위원으로 위촉되고 재건축·재개발 관련 저서를 출간하는 등 부동산 전문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훈풍이 부는 건 규제가 대폭 완화된 영향이라고 봤다. 정부는 지난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연이어 발표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그간 사업 발목을 잡았던 아파트 ‘35층 규제’를 폐지했다. 이에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등 장기간 정비계획이 통과되지 못했던 단지도 계획이 통과됐다. 지난 6월엔 역세권 등에 시행되는 정비사업의 용적률을 더 높이고, 신탁사나 공공기관 등 전문 개발기관이 진행하는 사업의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각종 규제와 절차를 완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규제 완화에 따른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자에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는 진단이다. 현재 남아있는 구축 단지들은 노후화가 진행되며 재건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사업성이 모호한 곳들이다. 용적률 인센티브 혜택을 주더라도 주변 주택 일조 침해, 공공기여를 둘러싼 지자체와의 갈등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는 제한적일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초기 재건축의 경우 정비계획을 수립하기 이전에 구체적인 부담금 등을 알기 어렵지만 재건축 기대감만으로 고평가된 사례들이 많다”며 “현재 서울 주요 단지의 공사비가 3.3㎡당 700~8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비용 증가로 인해 재건축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분양을 노리거나 신축 매수가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재개발에 대해서도 “신통기획이나 모아타운을 활용해 개발을 시작하는 곳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실제로 사업이 완료된 사례가 없을 뿐 아니라 막상 구체적으로 사업성 등을 따져보면 사업이 성공하기 어려운 곳들이 상당히 많다”며 “이에 철회를 원하는 지역들도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사업 지연·중단 리스크가 크고 향후 사업비 등 인상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