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자 데려오라’ 은평구 흉기소지범… 잡고보니 8자루

입력 2023-08-27 07:55 수정 2023-08-27 13:15
흉기를 든 남성이 26일 서울 은평구 갈현2동 한 주택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흉기 8자루를 소지한 남성이 서울 은평구 갈현동 구산역 인근 주택가에서 소란을 피우다 경찰과 2시간반 대치 끝에 체포됐다.

27일 서울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후 7시26분쯤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필로티 구조의 빌라 건물 1층 주차장에서 흉기를 든 남성과 대치했다.

경찰은 처음에는 대화를 시도하며 남성이 흉기를 내려놓도록 유도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특공대가 출동해 같은 날 오후 10시5분쯤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흉기를 든 남성이 26일 서울 은평구 갈현2동 한 주택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경찰에 따르면 남성은 경찰 방향으로 흉기를 휘둘렀고 자신의 가슴에 흉기를 갖다댄 채 자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체포 과정에는 특공대원 21명과 강력팀이 투입됐다. 경찰은 A씨가 자해하겠다고 위협한 점을 고려해 테이저건(전기충격기) 등 진압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대화로 설득한 뒤 제압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남성을 체포한 뒤 그가 사용한 흉기 2자루와 가방에서 발견한 흉기 6자루 등 총 8자루를 압수했다.

흉기를 든 남성이 26일 서울 은평구 갈현2동 한 주택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경찰은 남성에 대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도 살펴볼 방침이다.

폭력행위처벌법 7조는 정당한 이유 없이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제공, 알선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온라인에는 흉기소지범이 경찰과 대치하던 당시 영상이 확산됐다.

영상 속 남성은 상의를 탈의한 상태로 필로티 구조 건물 1층 주차장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한 손에는 흉기 한 자루를 들고, 다른 한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남성은 경찰과 대화를 한다. 흉기를 허공에 휘두르거나 자신의 몸 가까이 대기도 한다.

흉기를 든 남성이 26일 서울 은평구 갈현2동 한 주택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A씨는 이날 오전 경찰 조사에서 “혼자서 술을 마셨고 자해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전날 인질을 붙잡지는 않았으나 경찰과 대치하던 중 “어머니와 외삼촌을 불러 달라” “소주를 사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또 전날 오후 5시쯤 범행장소 맞은편 호프집에 혼자 들어가 2시간 넘게 술을 마셨고 가족과 직장 문제로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한 목격자가 연합뉴스에 전했다.

경찰이 26일 서울 은평구 갈현2동 흉기소지범 난동 사건의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목격자는 “담배를 피우는데 행인이 연기가 난다고 지적해 시비가 붙은 것 같다”며 “자동차 트렁크에서 흉기를 꺼내 위협했고 상대가 도망가자 경찰에게 ‘그 사람을 데려오지 않으면 다 죽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A씨가 다른 사람과 시비한 정황은 경찰 수사로 확인되지 않았다. 마약 간이시약 검사는 음성으로 나왔다.

은평경찰서는 A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추궁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A씨의 범행은 지하철 6호선 구산역에서 걸어서 8분 정도 거리의 주택가에서 이뤄졌다. 주말 저녁 주택가에서 벌어진 흉기소지범과의 대치로 경찰특공대까지 투입되면서 일대 주민과 행인이 불안에 떨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