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지망생인 유모(26)씨는 지난 1년간 언론사 취업을 준비해왔다. 높은 토익 점수를 따고 스터디를 병행한 덕분에 합격의 문턱까지 가보기도 했다.
유씨는 모 언론사에서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실무 테스트와 면접전형까지 통과했다. 그러나 기쁜 마음보다 답답한 마음이 컸다. 네 번의 평가를 거쳤지만 최종합격까지는 아직 두 차례 전형이 더 남아있었다. 이 피 말리는 시간이 언제 끝날지 한숨이 나왔다.
언론인 되는 길, 첩첩첩산중
언론사 채용 과정은 언론인에게 요구되는 역량별로 세세하게 나뉘어 있다. 적게는 4단계, 많게는 6단계의 복잡한 채용과정을 거쳐야 입사할 수 있다. 기자 지망생들이 가장 골치 아파하는 관문은 필기시험이다. 언론사에서 자체적으로 치르는 필기시험은 통과하기가 어려워 지망생들 사이에서 ‘언론고시’로 불린다.
IT 전문지 기자로 일하고 있는 성모(25)씨는 언론사 필기시험을 두고 ‘천하제일 명필대회’라 말했다. 주로 사회 이슈가 문제로 출제되는데 정해진 답도 따라야 하는 형식도 없어 준비하기 까다로운 탓이다. 공채시험을 준비하던 시기 성씨는 매일 뉴스를 체크해 정리하고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한 토론을 거쳐 논술해보는 과정을 거쳤다.
그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글쓰기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어떤 문제가 나올지 모르니 주요 사건을 꼼꼼히 꿰고 있어야 해서 스트레스였지만 책과 신문을 읽으며 배경 지식을 쌓았다”고 전했다.
앉아서 하는 공부만큼이나 발로 뛴 경험도 중요하다. 많은 지망생이 학보사와 대외활동, 인턴십을 통해 기자의 삶을 체험하고 언론인의 무게를 실감한다. 경제 전문지 방송기자로 일하며 아나운서 이직을 준비 중인 이모(23)씨 역시 국제 방송국에서 1년간 대외활동 아나운서로 일했다. 그는 “방송에 참여하며 단어 하나하나를 사용할 때 얼마나 고심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이후 국어 공부와 방송 언어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씨는 H 경제신문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언론인으로서의 끈기를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코로나19로 힘든 상인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설거지나 서빙 업무까지 도우며 취재원과 교감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뒤로 누굴 만나든 기분 좋게 인터뷰해낼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언론인 지망생들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무기는 미디어 활용 능력이다. 인터넷 매체부터 정통 언론사까지 뉴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다양한 형식의 뉴스를 발행하고 있기에 콘텐츠 제작 능력은 요즘 세대 기자의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 이씨는 재직 중인 회사에서 경제 상식을 설명하는 숏폼 영상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뉴스를 골라보는 시대다. 이제는 뉴스를 TV로 보는 사람보다 유튜브로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성씨 역시 변해가는 시대에 맞춘 인재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기사를 딱딱한 틀에 가두기보단 하나의 콘텐츠로 보고 유연한 양식을 적용해야 한다. 매체별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마련하는 역량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암흑 터널도 걷다 보면 끝이 있겠죠”
이씨는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언론사 입사 준비에 뛰어들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와 마찬가지로 매일 새벽에 집을 나서는 그를 본 부모님은 안쓰러워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셨다. 이씨는 시사상식 공부는 물론 스피치 훈련을 하며 방송 진행을 대비했다. 틈날 때마다 스포츠와 기상 공부를 했고 외모와 체력관리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냐는 질문에 이씨는 “한번도 없었다”고 답했다. 초등학생이 되기 전부터 대중 앞에서 행사를 이끌며 아나운서를 꿈꿔온 그는 ‘아나운서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 마케팅 인턴과 학원 강사 등 다른 일을 하며 훌륭한 성과를 낸 경험도 있다. 그러나 만족감보다는 빨리 마이크를 잡고 싶단 생각이 커질 뿐이었다.
이씨는 “언론고시를 준비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포기하는 걸 봤다”면서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지만 꾸준히 준비하고 노력하면 내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원들에게 어떤 언론인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 유씨는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일을 전하고 싶다. 하나의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기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과거 지역아동센터 봉사를 다녔던 이씨는 “함께했던 아이들 중 집에 돌아가 부모님의 부업을 돕는 아이들이 많았다. 이후 사각지대 속 빈부격차 문제를 다루는 언론인이 되고 싶어졌다”고 했다.
요즘워커는 4개월간 사회의 출발선에 발을 내딛고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의 삶을 기록해 왔습니다. 이번 회차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함께 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고해람·정고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