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오염수 방류 시작하자 ‘실감’…수산물·건어물 매출 급등

입력 2023-08-25 13:38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방류하기 시작한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에서 방문객들이 천일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 대형마트. 수산물과 건어물 코너에는 오전부터 쇼핑객들로 붐볐다. 김, 미역, 황태, 멸치 등의 건어물과 냉동 생선을 담은 카트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부 상품은 마트가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물건이 대량으로 빠져 있었다.

수산물 코너에서 만난 정은미(43)씨도 건어물과 해산물을 여러 개씩 담고 있었다. 정씨는 “어제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실시간 영상으로 보니까 ‘정말 하는구나’ 실감이 났다”며 “사재기 같은 것 좋아하지 않는데, 이제 안심하고 해산물을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오래 보관 가능한 건어물, 냉동식품 위주로 최대한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자 수산물과 건어물, 건해산물 매출이 크게 늘었다. 정씨처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상품들 위주로 구매하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건해산물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당일에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한 대형마트의 지난 24일 수산물 매출은 작년 8월 24일보다 35%가량 증가했다. 저장하기에 좋은 멸치나 황태 같은 건어물은 130%, 미역 다시마 등 건해조류는 100% 매출이 늘었다. 건어물·건해산물 위주로 배 이상 매출 증가세가 나타난 셈이다.

또 다른 대형마트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전체 수산물 매출은 전년 동일 대비 약 15%, 건해산물 매출은 약 40% 늘었다. 멸치와 미역으로 좁히면 각각 150%, 180% 증가하면서 2.5~2.8배 매출 급등세를 보였다. 소금 매출은 전년 동일 대비 3.5배나 뛰었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상품들에 대한 수요 급증이 확인된다.

온라인에서도 수산물·건어물 주문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커머스 전문기업 커넥트웨이브의 가격 비교 서비스 다나와에 따르면 원전 오염수 방류 소식이 전해지던 지난 17~23일 소금 거래액이 전주 동기 대비 238% 증가했다. 특히 국내산 천일염의 지난 23일 거래액은 일주일 전보다 431% 상승했다. 다만 지난 6월과 같은 품귀현상까지는 아직 빚어지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수산물과 건어물 매출 급등으로 확인되는 듯하다. 이 같은 현상이 얼마만큼 지속될 지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일본산 수산물은 취급하지 않고 있고, 방사능 검사도 철저히 하면서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