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가 공포영화 ‘치악산’ 개봉을 앞두고 지역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제목 변경을 요구했으나, 제작사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치악산’ 제작사 도호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원주시청 측에 원주시의 요구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원주시는 지난 23∼24일 제작사 관계자와 만나 이 영화의 제목을 바꾸고 치악산이라는 대사가 나오는 부분을 삭제하거나 묵음 처리할 것을 요청했다고 제작사는 밝혔다. 또 작품 속 사건이 실제 지역과는 무관하며 허구를 가공했다는 사실을 고지하는 내용을 영화 안에 담으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제작사는 “영화의 제목 변경과 본편 내에 등장하는 ‘치악산’을 언급하는 부분을 모두 삭제해달라는 요청에 관해 그렇게 된다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의 연결이 맞지 않으며 주요 출연 배우 중 한 명이 군 복무 중인 관계로 재촬영 역시 불가한 상황인 점 양해해 주십사 요청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본편 내에 실제 지역과 사건이 무관하며 허구의 내용을 가공했음을 고지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본편 내에 이미 이런 내용을 담은 안내가 나오지만 상영 직후 바로 등장하도록 재편집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음달 13일 개봉하는 영화 ‘치악산’은 원주시 소재 치악산에서 훼손된 시신이 발견됐다는 이른바 ‘치악산 괴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그러나 제작사의 홍보 자료에는 치악산 괴담이 실제로 일어난 일인 것처럼 보이는 내용이 다수 등장한다.
‘1980년 국가 시국이 어수선하던 때 우리나라 명산 중 하나로 손꼽히는 치악산에서 벌어진 연쇄 토막 살인 사건’ ‘대한민국 3대 미스터리 중 하나’ ‘무려 열 구의 시신이 일주일 간격으로 발견되는 충격적인 사건’ 등의 표현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선웅 감독이 SNS에 게시한 비공식 포스터에 훼손된 시신 이미지가 등장한 것도 문제가 됐다.
이에 원주시는 사실이 아닌 괴담 수준의 내용으로 지역의 대표적 관광자원인 국립공원 치악산에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며 반발했다.
제작사는 “(김 감독) 개인 계정에 업로드됐던 포스터는 오해가 커지기 전 삭제 조치를 취했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온라인상에 퍼지고 있는 해당 포스터에 대해서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의뢰해 삭제 처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원주시와 지역 주민분들께 불편을 끼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