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민간 용병그룹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죽음에 유감을 표명하며 유족에게 애도를 전했다고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 등이 보도했다. 프리고진은 두 달여 전 바그너그룹을 지휘해 모스크바로 진격하다 철수한 뒤 벨라루스로 망명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점령지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수반 대행인 데니스 푸실린과 회의에서 프리고진의 이름을 언급했다. 프리고진이 사망한 뒤 푸틴 대통령 입에서 공개적으로 처음 언급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1990년대부터 그를 알았다”며 운을 뗀 뒤 “그는 유능한 사업가였지만 힘든 운명을 타고 났고 실수도 했다. 그의 유족에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에서 나치와의 싸움에서 큰 공헌을 했음을 잊지 않겠다”며 치하했다.
그는 자신이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프리고진을 제거할 것이라는 일각의 의혹을 인식한 듯 “내가 아는 한 그는 불과 어제 아프리카에서 돌아왔다. 거기서 몇몇 관리들을 만났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가 이번 사고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고했다”며 “조사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수사관들이 뭐라고 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이 탄 항공기는 전날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이륙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서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마을 근처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무원 3명과 프리고진을 포함한 승객 7명 등 탑승자 10명이 전원 사망했다. 추락 항공기는 엠브라에르의 ‘레거시’ 기종으로 프리고진이 소유한 것이다.
항공기가 추락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바그너그룹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은 “해당 비행기가 러시아 방공 미사일에 요격됐다”고 주장했다.
서방 일각에서는 지난 6월 말 반란을 시도한 프리고진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보복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이 나왔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발언은 이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도 읽힌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