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작 ‘오염수 홍보’ 영상, 1640만 뷰 논란 “BTS냐”

입력 2023-08-25 07:31
정부가 제작해 지난달 7일 올린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 유튜브 영상. 이 영상은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조회수는 두달 만에 1640만회를 넘어섰다. 유튜브 '대한민국정부' 캡처

한국 정부가 제작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홍보 영상이 유튜브에서 두 달 만에 164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영상의 조회수 등과 비교해 보면 조회수가 이상할 정도로 높아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조회수를 인위적으로 올리지 않았다”며 정상적인 방법으로 광고를 의뢰했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제작해 지난달 7일 올린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 유튜브 영상. 이 영상은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조회수는 두달 만에 1640만회를 넘어섰다. 유튜브 '대한민국정부' 캡처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공식 계정인 ‘대한민국정부’ 유튜브 계정에는 지난달 7일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4분 26초 분량의 영상이 올라왔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교수, 강도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 강건욱 서울대학교병원 핵의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출연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취지로 설명한다.

해당 영상은 25일 오전 7시 기준으로 1644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해당 계정의 구독자는 27만명이고, 댓글은 1만여개가 달렸다.

이 영상에서 정 교수는 “건강에 문제가 생길 거라는 우려는 안 하셔도 된다”고 말했고,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사고 후 12년이 지났는데 우리 바다에 의미 있는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영상을 홍보하기 위해 유튜브 광고비 9억원을 비롯해 페이스북 1억원 등 총 10억원 규모의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을 집행했다.

하지만 광고비 집행에도 불구하고 조회수가 너무 높게 나오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2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자기들이 BTS냐, 블랙핑크냐. 어떻게 (조회수가) 1600만이 나오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속이려고 해도 적당히 (해야지)”라고 덧붙였다.

비정상적인 광고 방법이 동원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은 “유튜브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나라별 접속 현황을 확인해 보시면 한국어를 쓰지 않는 특정 나라 몇 군데에서 이상적으로 많은 조회수가 확인이 될 것”이라며 “SNS에서 조회수 높이는 기법을 동원한 사람들이 이 영상을 건드렸을 확률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10억을 받고 유튜브에서 광고를 하기도 하는데 조회수만 맞추려고 무차별적으로 뽑았으면 외국 사람들이 많이 봤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제작해 지난달 7일 올린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 유튜브 영상. 이 영상은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조회수는 두달 만에 1640만회를 넘어섰다. 유튜브 '대한민국정부' 캡처

하지만 광고 예산을 집행한 문체부는 정상적인 광고 의뢰였다고 설명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조회수 조작 의뢰는 사실무근”이라며 “정상적인 방법으로 광고의뢰를 했다”고 말했다. 또 유튜브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99.99%가 대한민국 시청으로 집계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해외 계정을 통한 비정상적 조회가 아니라는 취지다. 해당 영상의 조회수가 유달리 높은 것에 대해서는 “광고 소재의 관심사나 주목도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회수와 별도로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왜 한국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가며 홍보하느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 오염수 홍보를 왜 우리 세금으로 하느냐’ ‘국민 세금을 왜 일본을 대변하는데 쓰느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우리 어민과 소상공인의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바다와 수산물 안전성 홍보하고자 하는 것이 광고홍보의 목적이자 취지”라며 “일본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바다와 수산물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