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로 총격으로 추락으로… ‘푸틴에 맞선 자’들의 최후

입력 2023-08-25 00:03
AP연합뉴스

‘푸틴의 요리사’로 불린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면서 23년 집권 기간 정적을 제거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숙청의 역사’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을 배후로 하는 암살사건은 2006년 6월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정보기관(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사망 사건이 처음이다. 푸틴 치하의 여러 문제점과 FSB 비밀공작 정보 등을 영국 측에 넘겼던 리트비넨코는 그해 11월 런던의 한 호텔에서 홍차를 마시고 귀가 직후 쓰러져 3주 뒤 숨졌다.

부검 결과 체내에서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이 검출됐고 홍차를 마시는 데 사용한 잔에서도 폴로늄이 발견됐다. 홍차를 마시기 직전 한 러시아인 친구로부터 홍차와 함께 볼펜을 건네받았고, 이 과정에서 폴로늄이 홍차에 들어가 중독된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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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10월엔 러시아 야당 지도자였던 안나 폴리트콥스카야가 자택 아파트 계단에서 총격을 당해 피살된 채 발견됐다. 폴리트콥스카야는 러시아군의 체첸 침공 과정을 상세히 취재한 언론인 출신의 정치인이었다. 러시아군이 무자비하게 체첸 주민들을 학살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은 게 암살의 빌미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3년에는 한때 푸틴과 가까웠던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특별한 원인도 없이 베레조프스키가 자신의 런던 저택 목욕탕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그전에도 그가 탄 고급 승용차에서 사제 폭탄이 터지는 피살 위기가 있었다. 이 사건은 여전히 의문사로 남아있다. 사망 전까지 베레조프스키는 영국으로 건너와 반(反)푸틴 성향을 한창 드러내고 있었다.

2015년엔 보리스 넴초프 전 총리가 모스크바 시내 한복판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에도 푸틴이 배후로 의심되는 암살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인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회장이 지난해 9월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추락사한 것이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비판적이던 인물이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