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조선사들이 대규모 ‘인재 영입전’에 돌입하면서 중소형 조선사의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조선 업계는 불황 터널을 지나 수주 호황기를 맞았지만, 중소형사에선 아직 우렁찬 뱃고동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대형사들의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조선사들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중이다. 중형 조선사는 총길이 100~300m 미만급 선박을 주로 건조하는 조선사다.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케이조선, 대한조선, 대선조선 등이 포진해 있다. 이 뒤로 소형사와 블록이나 부품 등을 생산하는 기자재업체들이 자리한다.
조선업이 불황을 겪은 2010년대부터 폐업과 감원을 반복했던 영향이 있지만, 최근 인력난은 대형 조선사들의 ‘인력 빨아들이기’ 탓이 크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으로의 이직 때문에 중소형 조선사의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직영 근로자, 협력업체 할 것 없이 더 높은 급여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업계 임금 구조는 대형사, 중소형사, 기자재업체로 나뉜다. 비교적 급여가 낮은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대형사로 손쉽게 이직을 결정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독(dock)에서 생산 업무를 담당하는 현장직 인력이 계획 대비 200명가량 부족하다.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하고 있지만 단기 처방에 불과해 장기 인력 수급대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중소형 조선사 관계자들은 “정규직이나 직영 인력보다 협력업체 직원의 이탈이 더 심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나마 정규직 인원은 소폭 증가세다. 케이조선의 경우 올해 6월 말 기준 직원 수가 964명으로 지난해 6월(947명)보다 17명 늘었다. 업황이 살아나면서 신규 및 경력을 채용한 덕분이다. 다만 2019년 말 1029명에 비하면 60여명 줄었다. HJ중공업도 조선부문 직원이 1년 새 100여명 늘어 1078명에 달하지만, 2019년 말(1146명)보단 여전히 적다.
중소형 조선사들은 수주 잔고도 늘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2023년 상반기 중형조선산업 동향’ 보고서를 내고 “중형 조선사가 올해 상반기 따낸 중형선박 수주량은 12만CGT(표준선 환산톤수·6척)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0%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중형 조선사로 묶이지만, HD한국조선해양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는 현대미포조선의 중형선박 수주량은 40척(89만CGT)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23.0% 증가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