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새벽 군사정찰위성 재발사에 나섰으나 또다시 실패했다. 지난 5월 31일 처음 쏘아 올린 정찰위성이 서해에 추락한 지 85일 만이다. 북한은 실패 원인을 규명한 후 오는 10월 3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이은 실패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체면을 구겼다. 다음 달 9일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9·9절)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를 띄우는 데도, 한·미 연합연습과 한·미·일 3각 대북 공조에 맞불을 놓는 데도 실패한 셈이다. 다만 1차 발사 때 실패 원인으로 지목됐던 로켓 엔진·연료 분야에서 일부 기술적 진전은 이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은 오전 3시50분쯤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북 주장 우주발사체’를 남쪽 방향으로 발사했다”며 “우리 군은 즉각 포착해 추적·감시했고, 실패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1차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예고 기간(24일 0시~31일 0시) 첫날에 발사했다. 한·미 감시자산에 노출되는 것을 회피하려고 새벽 시간대에 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발사한 지 약 2시간 반 만에 실패를 인정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천리마-1형(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로켓)의 1계단(단계)과 2계단은 모두 정상비행했으나 3계단 비행 중 비상폭발 체계(자동폭파장치)에 오류가 발생해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국가우주개발국은 원인을 철저히 규명한 후 오는 10월에 제3차 정찰위성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가안보실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직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NSC 논의 결과를 보고받고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미사일 방어협력 증대, 3자 훈련 정례화를 면밀하게 추진하라”면서 “오늘 분석 결과를 미국, 일본과 공유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천리마-1형에서 분리된 로켓 1단은 한반도 서쪽 약 300㎞ 해상, 페어링(위성덮개)은 한반도 남서쪽 약 350㎞ 해상, 로켓 2단은 필리핀 동쪽 약 600㎞ 태평양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군 당국은 함정과 항공기를 투입해 잔해물 수색·인양 작전에 돌입했다. 합참 관계자는 “서해상에 미리 항공기와 함정이 배치돼 있었다”며 “우리 관할에선 우리 함정이, 먼바다에선 미국 측이 수색·인양을 하는 것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