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부터 5차례 연속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이다. 또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로 유지키로 했다.
이번 금리 동결은 중국의 부동산발(發) 리스크와 미국의 긴축 장기화 등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에다 미국의 고금리 국면까지 겹치면서 한국의 경기 반등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을 고려했다는 해석이다.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섣불리 꺼냈다가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물가 흐름도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다만 8월 이후에는 다시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가계부채 급증세를 진정시키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한은으로선 장기화하는 경기 부진 상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 등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최대 2.0% 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 차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이 기계적으로 내외 금리 차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은은 이번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올리거나 내려 잡지 않고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올해 성장률을 2.5%에서 2.4%로 낮춘 뒤 8월 2.1%, 11월 1.7%, 올해 2월 1.6%, 5월 1.4%까지 5차례 하향 조정한 뒤 이번에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 것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