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5연속 동결…中리스크 등 고려한 듯

입력 2023-08-24 09:5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부터 5차례 연속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이다. 중국의 부동산발(發) 리스크와 미국의 긴축 장기화 등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않은 배경으로는 여전히 불투명한 국내외 경제 상황이 꼽힌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에다 미국의 고금리 국면까지 겹치면서 한국의 경기 반등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을 고려했다는 해석이다.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섣불리 꺼냈다가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물가 흐름도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다만 8월 이후에는 다시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가계부채 급증세를 진정시키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한은으로선 장기화하는 경기 부진 상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 등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최대 2.0% 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 차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이 기계적으로 내외 금리 차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한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 상황을 주시하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연쇄 동결’의 시작점인 지난 2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하다. 그래서 어느 방향인지 모른다”고 동결 배경을 비유하면서 “차를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본 다음에 갈지 말지 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