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기록적인 실적을 발표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AI 선두기업들은 물론 미국의 제재 확대를 우려한 중국 기업들까지 엔비디아 제품 사재기에 나서고 있어 질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23일(현지시간) 지난 2분기(5∼7월) 실적을 발표하며 135억1000달러(18조225억 원) 매출과 주당 2.70달러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전망치(각 112억 2000만 달러, 2.09 달러)를 20%, 30%씩 상회하는 수치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도 월가 예상치(126억1000만 달러)를 20% 뛰어넘는 160억 달러로 추정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1분기 매출과 주당 순이익도 시장 예상치를 각각 10%, 20%씩 웃돌았다.
엔비디아의 실적은 생성형 AI가 큰 인기를 끌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과 A100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한 엔비디아 데이터 센터 산업 부문 2분기 매출은 103억2000 달러로 1년 전보다 171% 증가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컴퓨팅 시대가 시작됐다”며 “전 세계 기업들이 가속 컴퓨팅과 생성 AI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용 GPU 칩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챗GPT를 만든 오픈AI 등 AI 스타트업부터 MS, 구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더 많은 엔비디아 칩을 손에 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추가 수출 규제 조치가 시행되기 전 칩을 비축하기 위해 주문을 서두르면서 중국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미국이 지난해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자, 성능을 낮춘 반도체를 개발해 중국 판매를 지속해 왔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도 H100을 3000개 이상 구매했고, 아랍에미리트(UAE)도 수천 개의 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엔비디아가 내년에 최신 칩 H100의 생산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내년 H100 생산 목표를 150만~200만 대로 올해 목표치(50만 대)보다 최대 4배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H100 가격은 개당 4만 달러 상당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2024년 생산분 판매 예약이 이미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측은 공급해야 할 구매 계약이 110억 달러 분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실적 발표 후 엔비디아 주가는 뉴욕 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9% 이상 급등하며, 사상 처음 510달러(68만 원)까지 치솟았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이미 3배 이상 뛰어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는 AI 붐의 중심에 있다. 10년 이상 AI 용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투자해 왔으며, 현재 이를 따라잡을 경쟁자가 없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