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 해커 자금 세탁 도운 가상화폐 기업 제재

입력 2023-08-24 06:30

미국 정부가 북한 해커들의 자금 세탁을 도운 가상화폐 기업 창업자 2명을 기소하고, 이 중 한 명을 제재했다.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3일(현지시간) 가상화폐 믹싱 기업 토네이도 캐시의 공동 창업자 3명 중 한 명인 러시아 국적의 로만 세메노프를 제재했다.

토네이도 캐시는 텀블러라 불리는 믹싱(mixing)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가상화폐를 쪼개 섞는 방식으로 흔적을 없애고 자금을 세탁해 사법당국의 추적을 어렵게 한다. 그동안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해커 조직 ‘라자루스 그룹’ 등 범죄 집단은 이를 이용해 훔친 가상화폐 자금을 세탁해 왔다.

재무부는 라자루스 그룹이 2022년 3월 로닌 네트워크에서 훔친 4억5500만 달러, 6월 호라이즌 브리지에서 해킹한 9600만 달러, 8월 노마드에서 탈취한 780만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를 토네이도 캐시를 이용해 세탁하고 자금 흐름을 숨겼다고 설명했다.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은 “토네이도 캐시 창업자들은 라자루스 그룹이 김정은 정권을 위해 훔친 가상화폐 수백만 달러를 자신들의 믹싱 서비스를 통해 세탁한다는 것을 알고서도 서비스를 계속 개발하고 홍보했다”며 “불법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의미 있는 조처를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위험한 가상화폐 믹싱 서비스를 무모하게 운용하는 이들을 계속 뒤쫓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법무부는 이날 또 다른 창업자 로만 스톰을 체포했고, 스톰과 세메노프를 자금 세탁 및 제재 위반 모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세 번째 창업자인 알렉세이 퍼트세프는 2022년 8월 네덜란드에서 자금 세탁 혐의로 체포됐다. 토네이도 캐시 기업 자체는 2022년 OFAC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3월 라자루스 그룹과 APT38이 훔친 가상화폐를 세탁한 기업 칩믹서를 강제 폐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