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소상공인 채무 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으로 사들일 부실 채권의 평균 가격을 비현실적으로 높게 잡아 과도한 정부 재정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가격에 채권을 산다면서 예산을 받은 뒤 실제 매입 땐 적은 금액을 들인 것이다. 재정 효율성을 저해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공식 출범한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채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30조원 규모의 기금을 투입하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1개 이상 대출에서 3개월 이상 장기연체가 발생한 부실 차주 등이 지원 대상이다. 새출발기금은 부실 차주의 채무 재산가액 초과분에 대해 60~80% 원금조정, 장기분할 상환, 금리 감면 등 혜택을 지원한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캠코로부터 제출받은 ‘새출발기금 채권 매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캠코의 새출발기금 채권 평균 매입가율은 37.4%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말(32.4%), 2분기 말(36.8%)에 이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30%대에 머물렀다. 매입가율이 30%라는 것은 100만원짜리 채권을 30만원에 매입했다는 뜻이다.
이는 캠코가 정부 출자금 규모를 산정할 당시 내세운 평균 매입가율 60%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평균 60%의 매입가율은 담보·보증부 채권의 매입가율을 85%, 무담보 신용대출 채권의 매입가율을 0~35% 수준으로 예정하고 이를 산술 평균해 산출됐다. 재정 출자 규모는 이 비율을 근거로 4년간 3조6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 같은 괴리는 캠코의 매입가율 산출 방식에서 비롯됐다. 매입가율 예측치는 무담보 채권과 담보·보증부 채권의 각 예상 매입가율의 단순 평균치로 집계됐지만 실제로는 매입가율이 30%대인 무담보 채권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달 말 기준 무담보 채권의 매입 건수는 12만523건으로 전체의 82.1%에 달했다. 담보·보증부 채권 비중은 20%도 채 되지 않았지만 비율 산출 시에는 과도하게 대표된 셈이다.
특히 담보·보증부 채권에 대한 매입가율을 과다 평가한 점도 차이를 키웠다. 담보 채권의 경우 6월 말 기준 매입가율이 88%로 제도 설계 당시 예측한 수치와 유사했다. 그러나 보증부 채권은 매입가율이 무담보 채권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둘을 묶어 산출한 매입가율이 80%대가 되려면 담보 채권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야 하지만 전체 채권 중 담보 채권 비중은 6월 말 기준 12.2%에 불과하다.
캠코의 매입가율 예측 실패와 금융위원회의 안일한 검토가 과도한 재정 출자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과다 출자금이 캠코로 이전됨에 따라 정부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캠코는 담보채권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매입가율 예측치와의 괴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캠코 관계자는 “담보 채권 인수 시점이 늦어진 탓에 전체 채권 중 비중이 낮아진 측면이 있다”며 “담보 채권 비중이 증가 추세인 만큼 매입가율도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