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지역에서 산불로 온통 타버린 주택 잔해 가운데 유일하게 피해를 안 본 빨간 지붕 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집주인들은 이 집을 이번 화재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웃들과 지역 커뮤니티의 재건을 돕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미국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22일(현지시간) “빨간 지붕 집의 소유주인 트립 밀리킨과 도라 애트워터 밀리킨 부부가 안전이 확보되는 대로 라하이나로 돌아가 거처를 잃은 이웃들에게 자신들의 집을 숙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밀리킨 부부는 화재 소식을 들었을 당시 미국 매사추세츠주를 여행하고 있었다. 항공 사진으로 마치 포토샵 한 것처럼 자신들의 집만 온전하다는 것을 알고는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들은 정확히 어떤 이유로 100년 된 목조 주택이 불에 타지 않은 건지 확신하지 못했다. 3년 전 은퇴한 뒤 이 집을 소유하게 된 부부는 “우리집은 100% 나무로 지어진 것”이라며 “우리는 오래된 건물을 사랑해서 이를 바꾸는 대신 복원만 했다”고 말했다. 이 집에 사용된 캘리포니아 레드우드는 상대적으로 화염에 견디는 힘이 강한 목재로 알려졌다.
부부는 집의 아스팔트 지붕을 산업용 금속 소재로 바꿨다. 이들은 이 지붕이 불씨가 집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준 것으로 추정했다. 아내는 “당시 6인치, 12인치 길이의 나무 조각들이 불에 타고 있었다”며 “만약 아스팔트 지붕이었다면 나무조각들이 불씨가 돼 지붕에 불이 붙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부부는 2년 전 집 공사를 하면서 마당의 조경수를 모두 뽑아낸 뒤 1m 두께로 돌을 채워 집 주변을 에워싸는 돌담을 세웠다. 이는 목조주택을 갉아 먹는 흰개미의 유입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이런 구조 변경이 이번 화재에서 집을 지켜준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부부는 혼자 피해를 보지 않은 집 사진을 보고는 안도감보다 죄책감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들은 생존자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자신들이 받게 될까 봐 라하이나로 돌아가지 않았다.
부부는 “우리는 이번 화재로 이웃들을 잃었고, 이웃들은 모든 것을 상실했다”며 “만약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 집을 이웃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는 서로를 돌봐야 하고 모두가 재건을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지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