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갈비뼈 사자’ 등 동물 복지 논란으로 문을 닫은 동물원에 여전히 동물들이 남아 있어 먹거리조차 충분치 않다는 사연에 시민들이 후원금을 모아 1000만원어치 먹이를 기부했다.
23일 낮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에 100㎏이 넘는 냉동 닭 7박스가 담긴 냉동 탑차가 들어섰다.
이후 과일 도매상이 바나나, 배, 수박, 당근, 고구마 등 신선한 과일·채소 120㎏을 배달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건초도 택배로 도착했다.
부경동물원 관계자는 배달된 먹이를 보고 “당도가 낮은 과일은 동물들이 잘 먹지 않고, 원숭이는 던져버리기까지 한다”며 “(좋은 먹이를 기부해주셔서) 이 정도면 일주일 정도 동물들에게 잘 먹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반가워했다.
이날 배달된 먹이는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전국의 동물 애호가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마련한 것이다.
이 단체는 지난 14일 SNS에 ‘부경동물원 운영 중단으로 사료가 급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폐쇄 여론에 부경동물원이 결국 운영을 중단했다. 평소에도 재정난으로 제대로 된 먹이를 먹이지 못해 동물들이 야위었는데, 앞으로도 사료 급여가 원활하지 않아 더욱 굶주림에 방치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이 중단돼 굶어 죽을 위기에 놓인 동물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고 동물원에서도 사료 요청을 해왔다”며 “우리 단체만으로는 제대로 된 도움을 주기 어려워 모금을 통해 사료를 보내줄까 한다”면서 후원금 계좌를 공개했다.
단체에 따르면 모금 시작 열흘 만에 전국에서 성금 1000여만원이 모였다.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부경동물원 한 달 먹이값이 50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며 “성금으로 두 달 정도 동물원에 먹이를 보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경동물원은 앞서 좁고 열악한 사육 환경 속에 제대로 먹지 못해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 ‘갈비뼈 사자’로 불렸던 수사자 모습이 공개되며 논란이 된 사설 동물원이다. 이 수사자는 사육 환경이 더 좋은 충북 청주동물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면서 ‘바람이’라는 새 이름도 얻었다.
그러나 ‘바람이’가 구조된 이후에도 4살 새끼 사자가 같은 우리에 갇혀 있는 모습이 추가로 공개되며 동물원 폐쇄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이 동물원은 결국 지난 12일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그러나 동물원에는 아직 사자, 호랑이, 흑표범, 라쿤, 거북이, 타조 등 30여종 동물 60여마리 정도가 남아 있다.
동물원 측은 남은 동물을 매각한 후 최종 폐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부경동물원은 코로나 19로 관람객이 급감하며 운영이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원 관계자는 “현재 먹이 대금은 물론, 전기세, 사육사 인건비 등이 많이 밀려있다”고 전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