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관행’ vs ‘헌법적 권리’…광주시립예술단원 외부공연 적절성 논란

입력 2023-08-23 15:10 수정 2023-08-23 19:04

광주 시립예술단원의 외부공연 참여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법정공방으로 번졌다. 비뚤어진 근무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광주시와 헌법적 권리보장을 요구하는 민간공연 단체·노조 등이 팽팽히 맞선 형국이다.

23일 광주시에 따르면 그동안 예술의전당 소속 시립단원 외부공연은 시민들의 문화향유권과 건전한 예술 활동의 저변 확대라는 공감대 속에서 대부분 묵인돼왔다. 뚜렷한 영리 목적이 아닐 경우 시립단원들이 예술적 역량을 자발적으로 키우고 풍부한 무대 경험을 쌓는다는 관점에서 ‘사전신고’만 마치면 관행적으로 허용해왔다.

하지만 시가 시민과 관광객 등을 위해 주최하는 일부 상설공연이 해당 시립단원들의 과도한 외부활동으로 제약을 받거나 ‘연습 부족’ 등으로 차질을 빚는다는 부정적 여론이 이따금 불거지기도 했다.

사전에 일정이 잡힌 개인적 외부활동과 시가 주최하는 상설공연이 겹치면 내부 연습에 함부로 빠지거나 심지어 출연진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는 시립단원이 적잖았다는 것이다.

실제 시립단원의 잦은 외부공연에 따른 부작용은 시 감사위 감사에서 실체가 드러났다. 지난 5월 예술의전당 등에 대한 감사에서 대외활동 사전승인 신청 미이행과 겸직 허가 관리 소홀 등 시립단원 복무관리가 매우 부실하다고 지적된 바 있다.

시가 주도하는 본연의 공연 출연과 의무이행은 내팽개치고 개인적 유명세나 영달을 추구한 시립단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모 예술단체 시립단원 2명은 전당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외부 공연 출연자 명단에 슬며시 이름을 올렸다가 적발됐다.

이후 시 산하 예술의전당은 지난달 아시아민족음악교류협회가 주최한 ‘명인명창명무전’ 공연 출연이 예정됐던 시립단원 5명의 출연을 이례적으로 불허했다.

또 “관련 조례에 따라 대외활동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시립단원들이 결재 신청한 대외공연 사전승인 462건 모두를 반려하거나 승인하지 않는 ‘초강수’를 뒀다. 전당장 사전승인을 거친 최소한의 공익적 대외활동은 보장하되 개별 공연단체를 위한 사적 출연은 시립단원 신분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다.

광주시립예술단 설치 조례 제6조는 시립예술단원은 광주시가 주최·주관하는 각종 공연 이외는 출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만 공연 7일 전까지 예술감독 또는 지휘자 요청으로 전당장이 승인하면 예외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같은 조치로 시립단원 출연이 예고 없이 무산되자 공연 주최 측은 “시와 광주문화재단 후원 공연까지 출연을 못 하게 막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에 소속된 광주시립예술단지부 소속 모 단원은 더 나아가 광주시와 예술의전당을 상대로 ‘대외활동 금지 규정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공연예술 활동의 정당한 권리와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 단원은 “단원들은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개인 스케줄을 우선해 시가 주최하는 공연을 무산시키거나 소홀한 적이 결코 없다”며 “근무시간 외 민간단체 공연과 대외활동 참여는 당연히 보장돼야할 헌법적 기본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립단원들은 예술인의 창작활동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강경하게 맞설 태세다.

이 법률 제5조에 국가기관 등은 예술인의 창착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노동과 복지 측면에서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를 신장하는 시책을 마련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돼 있다.

시 관계자는 “준공무원 신분의 시립예술단원들은 쌈짓돈을 벌기 위해 외부공연에 매달리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기본적 임무와 역할부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