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가꾸고 꽃 심었더니 효과 있네”…제주도 농업기술원, 치유농업 프로그램 분석 결과

입력 2023-08-23 11:20 수정 2023-08-23 11:23
제주도 농업기술원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경증 치매 어르신들의 활동 모습. 제주도 제공

텃밭을 가꾸거나 꽃을 심는 소소한 농업 활동이 경증 치매환자의 인지기능을 향상시키고 우울증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이 서귀포지역 경증 치매어르신 20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총 8회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인지선별검사, 주관적 기억감퇴 평가, 노인우울 척도에 대한 사후 사전 평가에서 3개 항목 모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지선별검사에선 참여자 평균 점수가 사전 14.25점에서 사후 14.93점으로 객관적 인지기능이 4.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관적 기억감퇴 평가에선 사전 8.06점에서 사후 6.56점으로 주관적 기억감퇴 정도가 18.6% 감소했다.

단축형 노인우울 척도 검사는 사전 4.68점에서 사후 2.87점으로 38.4% 줄었다.

도 농기원이 치매 어르신을 대상으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인들에게 익숙한 농사와 원예 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신체 기능을 향상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치유농업은 채소나 꽃 등 식물과 가축 기르기 등을 통해 사람들의 신체, 정서, 심리, 인지 건강을 회복하거나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활동을 말한다.

2년 전 관련 법과 조례가 제정되면서 농업의 공익적·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새로운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은 2021년부터 제주형 치유농업 육성을 주요 핵심사업으로 설정해 기반 조성과 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 치유농업센터를 조성해 3월부터 장애인과 치매어르신, 학교밖 청소년,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여러 형태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2급치유농업사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얻기 위한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치유농장 인증을 늘리기 위해 희망 농가를 대상으로 치유시설운영자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정미현 농촌지도사는 “경증 치매증상에 대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효과가 입증됐다”며 “앞으로 다양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