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1000만원 대출 ‘하늘의 별따기’… 저축은행 출시 ‘늑장’

입력 2023-08-23 06:26 수정 2023-08-23 08:30

저축은행들이 저신용자에게 최대 1000만원을 빌려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 출시를 미루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11곳의 금융사가 이 상품을 취급하기로 약속했지만 현재 상품을 출시한 곳은 5곳뿐이다. 상품 자체는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취급 기관이 적은 탓에 불법사금융 피해 방지라는 정책 목표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을 상대로 상품 출시 압박에 나섰다.

최저신용자 한시특례보증은 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최저신용자의 불법사금융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특례 보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신용점수 하위 10% 이하,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인 최저신용자 중 햇살론15 등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들이 대상이다. 대출한도는 최대 1000만원, 기본금리는 15.9%이다. 보증 공급 기관은 서민금융진흥원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을 취급하는 금융사는 광주은행, 전북은행, 웰컴저축은행, DB저축은행, NH저축은행 등 5곳이다. 이 중 NH저축은행은 대출 자금이 조기 소진됐다.

이는 기존에 정부가 예상했던 취급 금융기관 수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 상품은 지난해 9월 광주은행, 전북은행 등 2개 금융기관에서 처음 출시됐다. 이후 금융당국은 지난해 중 4개, 올해 상반기 중 5개 금융기관이 추가적으로 대출상품을 취급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KB·우리·하나·신한·IBK·BNK저축은행 등 6개 저축은행은 전산 개발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출시를 미루고 있다. 이에 상반기는커녕 하반기 출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특례보증을 받기 위한 이른바 ‘오픈런’까지 펼쳐지고 있다. 현재 광주·전북은행은 70억원, 웰컴저축은행은 30억원, DB저축은행은 5억원의 한도를 두고 있는데 이들 금융사가 접수를 시작하면 한 달 치 한도가 대부분 하루 만에 소진된다.

최저신용자의 불법사금융 피해 방지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출 상품 취급 기관이 한정될 경우 상품 이용을 포기하거나 금융사의 대출 심사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수요자들이 당장 돈을 구할 수 있는 불법사금융에 손을 댈 가능성이 커진다. 아울러 국회는 올해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최저신용자 한시특례보증 공급을 확대 추진하고자 서금원에 대한 출연금 280억원을 증액 편성했지만 상품이 출시되지 않으면 쓸모 없는 예산이 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업권을 압박하는 중이다. 금융위원회와 서금원은 최근 저축은행업권 간담회 등을 통해 출시 속도를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6개 저축은행은 연내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나 서금원이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어 나머지 금융사들도 연내 상품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목표액도 순차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